▲ 두개골 연골조직 내 두 세포가 연결된 상태(왼쪽)와 검은색 세포핵 안의 염색체를 닮은 구조(중앙), DNA 착색제에 분홍색으로 변한 모습(오른쪽). /사이언스 차이나 프레스 제공 (연합)
퇴적암에서 발견되는 동식물의 유해인 화석에는 종종 유전물질이 발견되는데 DNA는 100만년 이상 보존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념이다. 지금까지 동물 화석에서 단백질이 발견된 것은 기껏해야 380만년 전이고, 게놈 분석까지 이뤄진 것은 약 70만년이 최고(最古) 기록으로 돼있다.

하지만 이런 통념을 뒤엎고 약 7천500만년 전 새끼 공룡 화석에서 연골세포와 염색체, DNA를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가 학계에 보고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물론 이것이 제대로 된 연구 결과인지를 놓고도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중국과학원 척추고생물학·고인류학연구소(IVPP)의 알리다 바이윌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새끼 공룡의 두개골 조각 화석을 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를 학술지 '내셔널 사이언스 리뷰'(National Science Review)를 통해 발표했다. 이 과학저널은 중국과학원의 후원을 받아 발행되고 있다.

연구 대상이 된 공룡은 오리 주둥이를 가진 초식 공룡인 '히파크로사우루스'(Hypacrosaurus)의 새끼로 둥지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어린 상태로 화석이 돼 미국 몬태나주에서 발굴됐다.

연구팀은 두개골 화석 조각 끝의 석회화한 연골조직 안에서 정교하게 보존된 세포를 찾아냈으며, 두 세포가 세포사이의 결합체인 세포간교(細胞間橋)로 서로 연결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형태학적으로 세포분열의 마지막 단계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 안에서는 세포핵을 닮은 검은 물질이 포착됐으며, 그중 하나에서는 염색체를 닮은 구조도 드러났다.

연구팀은 히파크로사우루스 둥지의 다른 새끼 공룡 두개골에서 분리해낸 연골세포에 현존 세포의 DNA 파편에 달라붙는 두 종류의 화학 착색제를 적용한 결과, 일부 세포 내부에서 현대 세포와 같은 양상으로 착색되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이를 공룡의 원래 DNA가 보존돼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했다.

바이윌 박사는 내셔널 사이언스 리뷰를 발행하는 '사이언스 차이나 프레스'를 통해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연구결과는 DNA가 수천만년간 보존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며, 이 연구가 고대 DNA 연구에 대한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연구를 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모든 비밀을 푸는 자극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결과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등 과학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우선 공룡의 연골세포에서 DNA를 추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물질이 변형되지 않은 DNA인지 아니면 유전 물질의 부산물인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연구팀도 이에 대해 "DNA라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지만 공룡 DNA라고 단언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염기서열 분석 자료를 통해서만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연구 재료가 제한적이어서 이런 분석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시카고 자연사 필드뮤지엄 통합연구센터의 에번 사이타 연구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DNA보다 더 안정적이고 시기적으로 오래되지 않은 단백질을 갖고도 통계적 결함이나 연구실내 오염 등 다양한 이유로 오류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바이윌 연구팀이 활용한 착색제 중 하나는 세포막을 침투할 수 없어 DNA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바이윌 연구팀이 DNA를 확인됐다고 해서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처럼 공룡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공룡을 복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공룡 화석의 세포 안에 DNA가 남아있다고 해도 파편화돼있거나 화학적으로 변형돼 있어 유전자 지도를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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