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교수

학생들과 수업시간이나 논문지도를 통해서 자주 도시의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토론하는데,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지속가능한 개발, 글로벌화, 도시구조, 공공교통, 주택시장, 공공주택 등이다.

오늘 다룰 주제는 한 학생이 제시했던 ‘도시구조의 글로벌화’였다. 사실 ‘이렇게 애매한 단어를 쓰게 되면 사람들이 잘 이해도 못 할뿐더러, 실력을 의심하게 된다’고 약간의 걱정스러운 질책을 했었다.

이 글로벌화라 개념은 세계와 네트워크하며 세계의 보편적인 질서와 방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고 보이며, 이 학생도 그러한 의미에서 언급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종종 ‘근대화와 미국화’, ‘추한 것과 고슴도치’ 등을 동일시하기도 하는데, 이는 얼핏 맞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꼭 맞는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글로벌화라는 단어도 근대화 내지 미국화와 동일시되게 쓰이고 권고되고 있었다고 보이는데, 이도 역시 맞는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지금 글로벌화는 이러한 합리성에 바탕을 둔 개념만이 아니라 소수의 지역문화 와 가치 내지 소수민족들의 전통과 생활방식도 함께 참여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러한 상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지금 국제사회의 큰 이슈가 되는 것들은 빈곤, 지역격차,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전쟁, 다툼 등이고, 또 다른 차원에서 제4차산업혁명시대의 경쟁력 확보 내지 부정적인 파급효과 등이라고 보인다.

글로벌화라는 것은 또한 이러한 국제적인 이슈들을 인지하고 이를 함께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각 나라와 민족들의 협력적·상생적 상황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다시 본래 토론주제인 도시구조로 돌아가서 생각한다면, 현재 우리 도시들은 효율적인 토지이용, 공공교통, 압축도시, 뉴어버니즘 등이 제대로 반영되고 소화되는 도시의 구조를 글로벌화된 도시구조라고 부르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필자는 지나친 정치적·사회적 과장법을 경계하는 터이며 글로벌화와 근대화 내지 미국화와는 좀 다르다고 생각하는 터라서, 이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데 좀 주저함이 있었던 것 같다.

현대의 도시라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기반이 되는 곳이고, 과거와는 달리 복잡다단한 사회와 사상과 문화관습으로 구성되어 가고 있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쉽게 판별하기가 쉽지도 않고, 어떠한 공공사업의 경우도 이해관계의 복잡함 속에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도시구조의 형성 차원에서도 그 주요 구성요소인 토지이용, 교통정책 등이 효율성만이 아니라 주요 주체들의 정치 및 재정능력 등이 주요 고려요소가 되고 있다. 물론 사회·문화·역사적인 요소들이 한몫 거드는 형태로 진행되어 오지만, 실제적으로는 이해관계자들 간의 다툼과 힘의 논리가 지나치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또한 글로벌한 문제점들이자 각 도시의 문제들인 빈곤, 빈부격차, 인종차별, 소수문화차별, 그리고 이로 말미암은 억압, 다툼, 전쟁 등의 문제들이 그리고 이를 위한 해결책들이 정책에 제대로 적용되는 경우가 드물다고 본다.

앞으로 테크놀로지가 더욱 발전하면서 텔레커뮤니케이션과 사이버스페이스 등의 발달로 인해 우리의 살아가는 방식이 더욱 달라지고 우리의 도시구조도 다르게 변모되어 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가 문제라고 본다.

도시계획분야의 태동기에는 우리 도시들은 50년 기간의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했는데, 요즈음은 20년 기간의 계획을 세우고 매 10년마다 수정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요즈음은 그 기간을 기다리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큰 재정을 투입하는 필수적인 인프라들, 예를 들어 공항, 항만, 철도, 소각로, 발전시설 등도 어쩌면 불합리하거나 필요 없는 낭비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의 많은 문제점들을 새로운 기술이나 방법이 찾아질 때까지 방치해 두어야 할 것이냐? 이러한 것들 또한 큰 딜레마인 것이다. 복잡다단한 우리의 도시에서는 현안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미래계획을 세우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고성능 컴퓨터며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해도, 최고 수준의 정성적인 예측을 한다 해도 미래예측은 쉽지도 않고 인간의 염원을 포함한 다양한 상황들이 쉽게 해결되지도 않고 또한 그 양상이 시시각각 변하니 문제인 것이다.

과거 도시문제 혹은 공공정책분야의 고명한 이론가·전문가·저널리스트들이 도시의 다양한 계획들을 세우고 실현해간다는 것을 ‘진흙탕을 헤쳐 가는 것’, 특히 ‘두 팔을 뒤로 한 채 몸 포복으로 진흙탕을 헤쳐감’에 비유하기도 했었다.

이는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의 삶의 질 및 욕구, 그리고 다양하게 표출되는 민관산학 각 주체들의 입장과 의견, 그리고 여전히 그 아래 숨겨져 있거나 깔려 있는 빈곤, 차별 등의 문제 등을 볼 때 이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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