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여행을 자주 다니니 많은 것들을 보고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을 맛봐서 좋겠다고 부러워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여러 명의 여자형제들이 일종의 식도락을 즐기고 음식관련 웹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하기에 해외 나갈 때마다 음식사진 보내라고 난리다.

하지만 필자는 호식가 일지언정 미식가는 아니라서 무어든 정신없이 먹고 나면 그 뒷맛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식구들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천천히 먹어라, 소식해라 등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음식이라는 것은 우리 인간의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의식주 중 하나로서, 과거에는 살기위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음식을 먹었지만, 지금은 조절된 영양섭취 이외에도 삶의 큰 즐거움중 하나로서 그리고 가족 및 남들과의 대화와 관계증진을 위해 음식을 먹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학술모임 혹은 정치사회 관련 미팅 후에 식사와 음료수를 들며 못 다한 말들을 나누기도 하고, 댄스파티 등에서도 음식과 음료는 기본적으로 갖춰 놓는다. 우리 한국인들은 과거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남들보다 먹는 양들이 컸던 것 같다.

물론 ‘평소에 굶어서 그래요’라고 이야기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지금은 먹지 못해 영양실조가 되는 일없는 한국사회임에도, 방송이며 일반대화에서도 먹는 주제가 빠지는 경우가 드물다.

아무리 모임의 내용이 중요했어도 그 후 먹는 것이 부실하면 그 모임 자체가 부실하게 느껴지고 허전해지는 경험을 다들 갖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미국에 머물 동안에는 식구들과 집에서 직접 불고기, 떡국, 부침개 등을 만들어 먹기를 좋아 한다. 외식도 자주 하는 편인데, 맛있고 양 많은 멕시칸레스토랑, 양파 소고기, 땅콩 닭고기, 짬뽕 등 익숙한 음식들이 있는 중국집에 가기도 한다.

요즈음은 건강을 생각해서 한국음식점에 비빔밥, 냉면 등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좀 더 간단해 보이는 아르메니언 레스토랑을 가기도 한다. 그제 다녀온 곳은 ‘사꾸라’라는 규모 큰 일식 스시 및 스테이크하우스인데, 요리사가 철판위에서 주문한 스테이크 휠렛미뇽을 요리하고 볶음밥을 요리하며 쇼를 하듯 한다.

우리 애들도 필자를 닮아 먹는 것을 즐기고 그 분위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좀 더 커가니까 어느 순간부터 ‘우리 집은 먹는 것 밖에 이야기 안 해’, ‘다른 재미있는 것들은 없나요?’라고 묻는 경우가 생겼다.

하지만 평소에는 한국에 머물고, 방학 중에나 잠시 식구들과 있는 처지의 필자라서 어디 긴 시간을 내어 같이 먼 곳을 가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즈음 식구들과 자주 찾는 곳이 동네 브랜드 커피숍이다. 어쩌다는 아침 일찍 함께 맥도날드에 가서 브랙퍼스트를 먹고 커피도 마신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그 넓은 국토에 나라 같은 크기의 주가 50개나 존재한다. 캘리포니아나 텍사스 같은 경우는 영토와 인구가 적지 않은 나라의 규모이고 특히 캘리포니아는 지역총생산량(GRDP)이 세계 모든 나라들의 국가총생산량(GDP)과 비교해도 6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주의 주민들이 미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진 것처럼, 음식들도 대개 주마다 다른 점 보다는 비슷한 점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라이프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미국 땅에 맨 처음 도착한 때는 1981년 12월 말 경이었는데, 그곳은 ‘아이오아’였다. 비행기를 갈아타며 도착하여 가장 먼저 주문해 먹었던 것은 햄버거였다.

그때 ‘아이오아주립대’가 있는 작은 도시 맥도날드에서 빅맥 두 개를 시키는데, ‘Two Big Mac’ 여러 차례 이야기해도 점원이 못 알아듣던 생각이 난다. 그 빅맥을 2020년 1월 그곳에서 아주 먼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시켜 먹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자주 먹던 것은 ‘스테이크와 구운 감자’, ‘피자’ 등 물론 이러한 음식들을 캘리포니아주에서든 아리조나주에서든 혹은 콜로라도주에서도 같은 맛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음식들이 미국전체를 브랜드하며 미국을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있을 것이고, 아주 맛좋은 스테이크하우스에 가기위해 미국을 찾는 이들도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음식 하나 만이 아니라 다른 요소들과 결합되어 미국을 다시 찾아오고 싶은 인상 깊은 장소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대개 스시와 사시미가 유명하고 각 지역마다 다른 술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음식이나 음료를 브랜드로 내세우는 경향이 크다.

어떻게 보면 한국음식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음식들인데, 스시하면 일본이고, 하다못해 스테이크도 그들 나름대로의 ‘후쿠오카 스테이크’를 내세우며 외국에 수출도 한다.

우리 국적기를 타고 미국을 오갈 때 긴 여정이라 두 번의 식사가 나오는데, 그중 한 메뉴가 ‘쌈밥’이다. 이는 고기와 밥, 그리고 야채와 된장으로 구성되는데 한국인들은 물론 미국, 동남아시아 사람들 모두가 즐기는 것 같다.

한국에서도 외국인들이 비빔밥, 불고기 정식, 삼겹살과 상추, 삼계탕 등을 무척 좋아 하는 것을 본다. 이러한 것들이 한국의 브랜드음식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포항의 경우는 해변도시이고 유명한 어항이 있어서 과메기, 물회, 대게 등이 유명하고 많은 이들이 즐기며 필자의 경우도 다른 도시에서 손님이 오면 자주 대접하는 있는데, 이러한 음식을 먹으면 대화도 잘 풀린다.

15년 전 구룡포에서 전복물회를 함께 먹은 한 일본인과 재일동포는 아직도 그 음식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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