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문】이기적 호용
상태바
【비상문】이기적 호용
  • 영남경제
  • 승인 2020.01.28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창숙 편집부 기자
끝나지 않는 위기 속 갈망의 시대가 도래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가 끊임없이 부유해지기를 원한다. 하여 현재 한국 사회는 인생역전 혹은 지금보다 십 원어치 더 나은 부를 따라가기 바쁜 현실이다. 호용이라는 것은 거기서 나온다. 경제학 관념에서 ‘호용(utility)’이란 소비를 함으로써 재화(財貨)나 서비스를 통해 얻는 만족감이다. 우리는 경제순환 속 최대한의 만족감을 원하고, 끝없는 부유를 이루기 위해 합리적인 호용을 쫓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보자. 일단 호용이란 주관적인 개념이다. 탄산을 마시는 것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처럼 호용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각각 다른 치수를 나타낸다. 가령 한파가 몰아친 추운날 마시는 뜨거운 커피의 호용은 매우 크지만, 커피가 식을수록 따뜻함에 대한 호용은 점점 줄어든다. 즉, 내가 재화나 서비스를 최대한으로 원하고 그것을 얻었을 때 만족감은 극대화 된다. 반대로 그것을 소비하는 것에 대한 열망이 줄어들어 갈 때, 그것을 소비할 때도 만족감은 상승하지 않는다.

우리는 계속된 부유를 원함과 동시에 많은 양은 호용을 바란다. 이때 시장경제에는 과도한 부작용이 생긴다. 선순환적인 경제는 한 개인의 부가 늘어남과 동시에 국가의 총생산량이 증가한다. 하지만 부의 영향으로 항아리를 차고 넘치는 호용이 발생되면서 공동체의 불행 또한 늘어난다. 이 개념을 경제학자들은 ‘마이너스 호용’이라고 한다.

사회가 풍요로워지는데도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어쩌면 인식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원하고, 갈망한다. 때로는 분에 넘치는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기에 그 욕심은 오롯이 누군가에게 전가되기 마련이다. 비단 그뿐만인가. 우리는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힌 모든 것을 쉽게 소비하고, 안전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소비가 있으면 공급이 있다. 그 공급은 단순히 물질만의 공급이 아닌 한 인격체의 열정과 고심, 때로는 철학까지 담겨 있다. 내 일상에 안전이 있다면 그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도한 호용 안의 ‘공급’의 역할에 있는 사람들은 사회의 부유와 행복만큼 불만과 불행이 늘어간다.

단순한 비유를 해보자면 모기업이 거짓, 과대광고로 억지호용을 끌어냈다고 치자. 사회현상에 따라 단기소비가 증가하면서 공급량도 많아질 것이다. 이때 기업은 생산공정의 라인을 늘리고 공급을 위한 소비가 진행된다. 부지를 사들이고, 공장을 짓고, 인력을 투입하고, 원자재를 사오고, 제조하고, 유통하고. 하지만 ‘억지호용’의 유통기한은 그리 길지 않다. 거짓, 과대광고가 들통나고 적발된다면 상품의 가치성은 내리막을 걷게 된다. 만들어 뒀는데 사는 사람이 없다? 최대한으로 올려뒀던 공급량은 바닥을 친 소비에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셈이다.

우리의 과도한 호용을 채워주기 위해 사회는 많은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는 불필요한 비용이 소모될 때도, 불필요한 상처가 입혀질 때도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소비자이면서 공급자이기도 한 개인의 몫이다.

국가의 건전한 경제 순환을 위해서는 여러 발이 움직여야 한다. 경쟁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이익도 존재하지만 공급자는 국가의 울타리 안의 공정한 활동을 기반하여야 되고, 부당행위를 일삼지 않고 기업과 시장의 바람직한 관계를 유지해야 된다. 가계는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나의 호용의 기준치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시장경제에서의 소비자는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포식자임을 알고 어쩌면 매번 ‘갑’ 역할을 자처하는 공급자에게 기업윤리를 촉구해야 된다.

경제란 생산이 소비를 가능케 하고 소비는 또다시 생산을 유도 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불행으로 얻은 만족감은 더 이상 플러스의 호용이 아니다. 다수의 피해가 있고, 불필요한 호용이 차고 넘친다면 그것은 마이너스 호용이다. 산업의 발전, 사회의 발전, 더불어 국가와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표 속 불행과 행복은 한 곳을 보며 달려가서는 안 되는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