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숙원사업이 시군 생색내기용으로 전락

뻥튀기 사업 예산낭비 우려 불구 사업 강행
외동읍, 진량읍, 영덕읍, 대가야읍 4개 지구 기형적 변형


경북도 농촌중심지활성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부실의 결과가 각 사업계획서에서부터 드러났다. 주민이 요구한 계획을 시군에서 크게 변형시켜 주민 숙원이 아닌 시군의 생색내기용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한 농촌중심지활성 사업 가운데 현장 검토 미실시 지구는 경주시 외동읍, 경산시 진량읍, 영덕군 영덕읍, 고령군 대가야읍, 사업 부실 우려 지구는 청송군 청송읍이다.

사업의 단계는 각 지구에서 추진위원회를 통해 예비계획서를 수립한다. 이후 경북도를 거쳐 농림축산식품부에 신청하고 선정되면 시군에서는 예비계획을 토대로 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최종 승인될 경우 실시설계에 들어가 사업을 착수하게 된다.

문제는 해당 5개 지구 사업의 이장 및 주민관계자들로 꾸려진 추진위원회에서 제시한 예비계획서가 해당 시군에서 실제로 반영할 기본계획서와 큰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예비계획서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실제로 필요한 것을 토론의 단계를 거쳐 의견을 통합해 시군에 제출하고 시군은 경북도를 통해 이 계획서를 농식품부에서 검토 받고, 최종 승인이 되면 기본계획을 수립하기에 이른다.

결국 예비계획서는 농식품부로부터 승인된 사업계획서이지만, 이후의 기본계획서가 당초 예비계획서와 크게 달라질 경우 사업비가 지역 주민의 숙원 사업에 맞춰지기보다 단순 시군 보조 예산으로 전락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일반 사업으로 신청했다가 읍지역이라는 이유로 통합 사업으로 격상된 외동읍, 진량읍, 영덕읍, 대가야읍 4개 지구는 당초 예비계획서는 60억원을 신청했다가 80억원에서 최대 100억원까지 늘어나면서 계획의 전반적인 틀이 변형되기도 했다.

경주시 외동읍의 주민들은 당초 예비계획서에서 소통문화센터로 18억4천500만원, 소통문화광장 6억100만원, 동행텃밭쉼터 2억3천800만원, 어린이공원 3억5천900만원, CPTED 안전지대 5억6천200만원, 세계문화골목 7억4천300만원, 입실천 산책로 2억4천200만원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계획서는 시군을 거쳐 80억원으로 증액되면서 기본계획서에는 소통문화센터가 35억6천500만원, 소통문화광장 2억6천100만원, 어울림쉼터 6억4천200만원, 안전한 정주환경 4억8천400만원, 행복나눔길 5억8천500만원으로 바뀌었다.

소통문화센터 예산이 당초 예비계획보다 2배나 오르면서 주민 사용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가 하면 어린이공원과 세계문화골목, 입실천 산책로 등의 숙원사업은 축소되거나 폐지됐다.

경산시 진량읍 역시 당초 60억원의 예산인 예비계획서에는 희망나눔센터 28억원, 추억나눔광장 5억원, 골목재생프로젝트 6억3천만원, 녹색힐링로드 7억4천만원 등 다양한 사업을 주민들이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80억원으로 증액된 기본계획서에는 희망나눔센터가 61억3천500만원, 안전골목조성사업은 1억1천800만원이 됐다. 추억나눔광장이 희망나눔센터에 편입되고 녹색힐링로드는 삭제됐다.

마찬가지 희망나눔센터가 당초 계획보다 2배 이상 거대해졌으며, 골목조성과 녹색힐링로드는 축소되거나 폐지됐다. 전문가들은 예산을 한 군데로 몰아서 집행을 쉽게 하고 추후에는 시군 재산 증식용으로 전락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영덕군 영덕읍의 경우도 예비계획서에는 황금알센터 조성, 영덕시장 정비, 특산물먹거리센터 정비, 황금은어테마거리 조성, 영덕읍청정가로숲길 조성 등 많은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본계획서에는 공감문화센터 58억5천600만원, 쉼터 정비 2억5천100만원, 공감로 조성 4억8천만원으로 원래 특색 있는 센터가 단순 공감문화센터가 되면서 예산은 다른 시군과 같이 크게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고령군 대가야읍은 예비계획서에서 대가야 키즈맘센터 16억3천만원, 어르신 백세 건강센터 12억2천만원, 어린이 안전 스마트 CCTV 7천만원, 대가야 가야금 테마거리 13억8천만원, 대가야 간판디자인 3억2천만원으로 구성됐다.

마찬가지 기본계획서로 되면서 대가야 청춘 누리관 31억9천600만원, 어르신 백세 건강센터 3억7천만원, 행복밥상 나눔터 4억5천만원, 아이조아 놀이마당 11억원, 안심 가로조성 6억9천500만원, 대가야 간판디자인은 3억2천만원이 됐다.

불필요한 구성을 줄이고 필요한 계획을 구성했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역시 30억원이 넘는 대가야 청춘 누리관이라는 대규모 주민복지공간이 다른 시군과 같이 공통적인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경산시민 최모씨(57)는 “전체 80억원 예산 가운데 60억원이 넘는 예산을 센터 하나 짓는데 쓰면 계획서라는 것이 무엇 때문에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센터 하나 지으려고 추진위원회 구성하고 회의비, 용역비 명목으로 낭비하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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