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송이는 향·맛·육질이 좋아 식용버섯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하지만 생산량이 제한되어 있고 인공배양과 재배에 성공한 예가 없어 송이는 식용버섯 중 가장 고가로서 서양의 ‘송로버섯(Truffle)’과 비교되는 고급버섯이다.
송이자생지는 영덕, 울진, 영양, 봉화 등인데, 이 지역 산악의 수령 있는 소나무 식생지에서 자라난다. 대개 나는 자리에만 나기 때문에 송이자생지를 알아야 송이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보통 화강암이 풍화된 마사토질에, 경사가 급해 배수가 잘되는 바위가 많은 험산 능선으로, 수령 30년 이상 된 소나무가 자생하며 솔잎이 수 십년간 쌓여 썩은 곳들이 자생지이다.
일반적으로 자실체는 소나무의 원줄기를 둘러싸서 바퀴처럼 발생하는데, 지면에서 10㎝ 정도 떨어진 소나무의 뿌리에서 발생한다.
자연산 송이는 갓이 피지 않아 갓 둘레가 자루보다 약간 굵고 은백이 선명한 것일수록, 갓이 두껍고 단단하며, 향이 진하고 자루의 길이가 길고 밑 부분이 굵을수록 좋은 상품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버섯이 종자만 배양하면 자연산과 비슷하게 재배할 수 있는 데 반해 송이는 인공재배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기온, 습도, 기후 등이 송림 및 토양과 유기적으로 조합만 되면 재배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데, 아직 성공사례가 없다고 한다.
송이는 세계적으로 연간 2천∼4천톤이 생산돼 4천억∼8천억 원의 시장규모를 가지고 있다. 동양권에서 가을철 최고의 맛과 향을 가진 버섯으로 주목받지만, 생산량은 감소추세이다.
이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송이의 인공재배를 연구·실험하고 있다. 지금까지 송이 인공재배 성공에 가장 근접했던 나라는 일본으로, 여러 시도 가운데 1983년 히로시마임업시험장에서 송이 감염 묘를 이용해 한 개의 버섯을 발생시킨 것이 전부라고 한다.
이후 일본에서는 같은 방법으로 1만 본 가량의 송이 감염 묘를 만들었지만 성공하지 못해 감염 묘를 이용한 방법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2017년 9월에 한국의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송이의 인공재배기술 개발을 위해 2001∼2004년에 심은 송이균 감염 소나무 묘목에서 3개의 송이가 난 것을 확인했다 밝혔다.
이번 발생은 같은 시험지에서 2010년 10월 1개의 송이가 난 데 이어 두 번째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송이의 인공재배가 가능함을 세계 최초로 입증하는 결과로 평가되기도 했다.
송이 감염 묘를 이용하는 기술은 송이가 났던 곳에 소나무 묘목을 심어 송이균을 감염시킨 뒤 송이가 발생하지 않는 큰 소나무가 있는 산으로 옮겨 심는 기술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00년부터 송이 감염 묘 연구를 새롭게 추진하면서 과거연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된 방법을 찾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2001∼2004년 송이시험지에 150본의 송이 감염 묘를 옮겨 심어 2006년 조사 당시 31본에서 송이균이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송이가 발생한 시험지는 홍천국유림관리소로 40여년 전 낙엽송 조림을 시작한 곳이었지만, 척박해 소나무 천연림이 형성된 곳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감염 묘를 이용한 인공재배기술을 통해 송이균이 한 장소에 정착해 버섯이 발생하기만 하면 30년 이상 채취를 기대할 수 있는데, 문제는 상업적 재배가 가능한 수준으로 송이 발생률을 높이는 재배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필자의 지인 중 농학박사이자 버섯과 버섯인공재배기술을 오래 연구해온 분이 있는데, 한동안 외국유학 등 다른 일에 바빠 완성하지 못했던 것 중 하나가 송이의 인공재배기술이다.
그런데 1년 여 전부터 필자가 몸담은 대학의 창업보육센터에 머물며 그간 미루어 놓았던 연구·실험을 마무리해 송이의 인공재배기술 및 시설개발에 성공했고, 회사이름을 ‘머쉬밸리’라고 지었다.
근래 첫 번째 생산공장을 완성했고, 몇 달 후 상품출하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이 회사는 관련 여러 가지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관련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다.
필자를 비롯한 포항지역 사람들은 비교적 송이버섯을 좀 더 접해보았고 좋아도 하는데, 현재 영덕군 등이 자연산 송이버섯을 지역특산품으로 브랜드하고 있음에도 송이생산량이 매년 줄고 있어서 문제인 것이다.
이번에 생산되는 ‘참산송이’는 인공재배이면서도 어려운 실험절차를 거쳐 생육조건을 자연환경과 매우 유사하게 조성해 줄 수 있었는데, 생산된 송이가 자연산과 형태·향·식감에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음을 필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시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자연산 송이와 크게 차이 없는 이 ‘참산송이’의 생산규모를 늘려서 국내외 수요를 감당하고, 관련 산업을 발전시켜 지역경제발전에 중요한 구심점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영남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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