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국내외 여행을 다니다 보면 그곳의 기념품들을 구입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것저것 구매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한번 여행에 한두가지 소품구입이 보통이다. 한국으로 가져오게 되면 가까운 친지들에게 한두 개씩 나누어 주거나 집이나 사무실 한편에 전시해 놓는 경우가 많다.

몽골에 자주 가는데 캐시미어 목도리나 귀걸이 정도가 주요 구입품이다. 백화점이나 전문캐시미어 가게에 가면 목도리나 간단한 옷가지를 구입할 수 있는데, 가격이 많이 올라 몇 백불 단위를 써야 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목걸이나 귀걸이는 관광지 길가에 파는 것들도 다양한 색깔의 원석을 이용해 아름답게 디자인되었으나 가격이 몇 불 정도라서 많이들 구입하고 있다. 네팔에도 자주 가는 편인데, 이곳은 공예품시장이 더욱 크게 발달되어 있고 캐시미어만이 아니라 파사미나로 짠 목도리가 더 유명하고, 뿔로 깎아 만든 목걸이, 반지, 귀걸이 등 더욱 다양하다.

베트남에서는 보통 백화점 보다는 우리나라의 동대문시장 같은 형태의 아케이드나 밤에 열리는 야시장에 가는데, 겨울잠바, 등산복 등만이 아니라 나무나 철로 만든 장식품들을 구매한다. 우리들만이 아니라 많은 한국인들이 쇼핑에 나서는데 부르는 가격을 크게 흥정해야 하는 등 주의해야할 사항이 많아 대단한 맘을 먹고 임하는 것 같다. 캄보디아는 프놈펜과 시엠립에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데, 여행기념소품이나 말린 과일 등을 구매한다.

어떤 나라에 가면 기념품을 전혀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일정이 바쁘거나 가격 면에서나 특이함에서 미국이나 한국 것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경우들이다. 가끔 방문한 기관에서 기념품을 주는 경우도 있고, 제자들이 선물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아끼면서 이방 저방 전시해 놓는 경우가 많다. 네팔에서 준 황금빛 사찰 모형, 불교사원에서 사람들이 만지며 원을 도는 데 설치된 황동 기도바퀴, 도깨비 마스크 등 다양하다.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가져온 코끼리 조각의 독서대, 모로코에서 가져온 가죽낙타 2마리와 원주민 댄스 나무조각, 폴란드나 헝가리 등에서 가져온 수제 찻잔 등.

반대로 필자가 요즈음 그러한 나라들을 방문할 때 선물은 대개 만년필, 볼펜 등 필기류가 많고, 레이져포인터, 명함집 등이다. 과거에 미국 등지로 여행할 때 가져갔던 것들은 한국적 문화가 깃든 인형, 꿩 깃털 넥타이, 부채, 자개필통 등이고 때로는 조그만 하회탈을 가져간 적도 있는 것 같다. 이 나무로된 하회탈은 남녀 모습이며 분위기가 다른데 남자 탈은 주름 많고 약간은 흉해보이는 모습이고, 여자탈은 곱게 단장한 각시탈의 모습이다.

네팔에 가니 우리나라 불국사나 다보탑의 몇 배나 크고 정교한 건물과 탑들이 많았는데, 기념품 중에도 이러한 건물과 탑이 많고 도깨비 모습의 뿔 달린 마스크가 팔리고 있다. 이러한 탈들을 전문적으로 모으는 사람들도 있고 박물관에도 많이들 소장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이는 일본, 중국, 그리고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에서 제작된 것들일 텐데, 무서워 보이기도 하지만 우스꽝스러운, 해학스러운 멋들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경우는 이를 수집하지도 전시하지도 않으나 우연히 구입하거나 선물받게 되어도 대부분 창고 한구석에 보관해 놓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돌아가신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뒤늦게 목회자가 되신 장모님이 모으시던 것들은 황동 중대형 십자가, 소형 목재 십자가, 14K 목걸이 십자가 등이었는데, 일부는 아직도 남아있다. 필자가 기독교인고로 미국이나 한국에서 나무로 손수 제작한 소형 십자가를 선물 받는 경우도 있고, 이를 방 이곳저곳에 걸어두기도 하는데, 돌로 된 소형 야광십자가를 잠자리 맡에 놓아두기도 했었다. 가끔 악몽을 꾸기도 하니까.

며칠 전 아침에 직장가기를 서두르며 양치질을 하는데 갑자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남성 하회탈 모습이라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필자도 나이를 먹어 주름이 많아서기도 하겠지만 양치질을 하며 얼굴을 좀 찌푸리니 더욱 그렇게 보인 모양이다. 아하 이 하회탈들이 광대 도깨비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백성들의 모습이었구나 느끼게 되었고, 과거 이곳 저곳에 버려 놨던 하회탈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의 탈들을 다시금 찾아보게 만들었다.

요즈음 한지로 카드나 편지지를 만드는 경우가 흔하고 옛 풍습인 연날리기나 널뛰기그림이 동양화로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매우 정겹게 느껴지고 받는 이들도 좋아한다. 더욱 재미있어 하는 것은 한지공예로 제작된 한복 입은 우리 한국인들의 모습이다. 대개 주근깨 많은 어린이들의 모습인데,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우리 어릴 때의 모습과 풍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요즈음 포항에서도 관광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고 2020년 여름에 크루즈부두의 완성을 기대하고 있는데, 포항 또는 한국 전반의 이러한 토속적인 공예품들이 많이 소개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한국이 발전된 나라인 만큼, 의료서비스, 한방체험, K-뷰티 체험, K-pop공연 등도 함께 진행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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