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대책이 묘연해졌습니다.

조명, 전기는 이미 나간지 오래이고 매장 전체가 어두워 자칫 잘못하면 안전사고가 발생될 여지가 커졌습니다.

더군다나 대부분 아이들과 여성들이 주로 쇼핑하는 시간대라 관리를 담당하는 사람은 초조해졌습니다.

전력회사와 몇군데 연락을 해봐도 신통 찮은 대답뿐이자 이 담당자는 고민 끝에 결연코 고객들에게 외칩니다.

"지금 사신 물건은 그냥 집에 가져가시고 그 금액에 대한 것은 여러분들이 가까운 자선단체에 기부를 해주십시요"라고 외친 뒤 계산대를 신속하게 빠져 나가도록 하고 안전하게 고객들을 대피 시켰습니다.

나중에 본사 감사팀이 이 간 큰 남자(?)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그날 공짜로 날아간 금액은 단 4,000달러지만 고객들에 대한 광고 효과는 4,000만 달러로 추정했습니다.

이 내용은 어느 잡지에서 읽은 내용이지만 각색이 제대로 되었는지 신통찮은 기억은 아리까리 하기만 합니다.

신선한 감동으로 황홀해 있을 즈음, 문득 반문해 보았습니다.

내가 만약 저런 상황이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지만, 전 저 간 큰 남자처럼 해내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즈음의 우리 사회와 나라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는 것이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오늘의 친구가 내일은 적이 되는 이 이상한 사회풍조에 나도 적당히 다리 걸쳐서 꼼지락 거리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 졌습니다. 옷 단디 챙겨 입으시기 바랍니다.




은행잎이 11월 그늘을 끌어들이자 사그락사그락 햇살이 궁구르는 길 위로 진눈깨비 날렸다 벼 바심 끝난 논바닥에 내려앉은 구름이 웅덩이 속에서 흘렀고 서리 맞은 호박잎이 밭머리에 누렇게 스러져가는 바람을 흔들었다 발자국으로 내려놓은 이파리 위로 번진 노을 가슴에 담아놓고 가도 좋은 것을 벚나무 그늘이 깊어서 쓸쓸함이 박새 발가락으로 흔들렸다 나를 스치는 것들이 햇살에 부딪쳐 스러지던 날 아우, 저승길 걷기에 참 좋은 날

박경희님의 시 '참 좋은 날'




오늘 사진은 '난'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집에서 가꾸고 있는 '풍란'을 소개 합니다.

집에서 기른 난들이라 세력이 만만치는 않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키워지지 않지요.

어쩌다가 선물 받은 난들은 비실비실 대다가 어느날 누런 떡잎을 남긴 채 우리 곁을 떠나고 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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