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연구원 연구용역 처음부터 구미에 맞춰져 있었다

 

 

전국 R&D 전담기관 운영현황에서 경북은 구미전자정보기술원 부각
입지평가 전문가 14명 중 대경연구원 소속이 10명 ‘신뢰성 문제’
유관기관 협력 구미가 포항보다 높은 점수
R&D 파급효과 구미와 포항 동일 점수


경북도 경북과학산업기획평가원(이하 경북과학평가원) 용역보고서 왜곡·변조는 누구의 지시로 자행됐는지에 귀추가 주목되자 문제의 대경연구원의 용역보고서 역시 작성 과정과 배경에 의문을 주고 있다.

구미로 유치가 될 수 있도록 유리하게 변조된 경북도의 내부보고서는 과학기술정책과장이 작성해 일자리경제산업실장의 결재를 거쳐 이철우 도지사에 보고됐다.

내부절차를 거친 이 보고서와 관련 도의회 기획경제 위원회 남진복 의원은 과거 이희근 전 지사와 김관용 전 지사 시절을 겨냥해 CCK라인 KKK라인을 거론하고 “이번 용역결과 왜곡은 담당과장 개인적인 판단에서 이뤄질 사안이 아니며 내부조율을 거처서 결정한 것이 분명하다”며 “어떤 경로를 거쳐서 공문서 위조사례가 발생했는 지 배경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담당 과장의 출신지가 구미시라는 것을 시사한 발언이다. 이칠구 도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장준 과학기술정책과장을 상대로 “대경연구원의 선임연구원을 도청집무실로 두 차례나 부른 것은 용역보고서를 왜곡 변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질타하고 “평가위원 14명 가운데 10명이 대경연구원 소속으로 위촉한 것은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고 추궁했다.

▲경북도 내부보고서 왜곡·변조 의도적인 내부 합작품 KKK설도 제기
경북도의 내부보고서는 내부의견 조정을 거쳐 도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주무부서인 과학기술정책과에 작성한 보고서가 왜곡·변조됐는지에 대해 일자리경제산업실장이 알면서도 도지사에 보고했다면 조직적으로 자행한 중대한 문제다. 반대로 몰랐다면 무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대경연구원 용역보고서는 자료가 방대하지 않다. 한번 이라도 읽어 봤다면 왜곡·변조됐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왜곡·변조된 내역을 보면 대경연구원은 입지평가에서 포항지역의 장점은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가속기연구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포항테크노파크 등 유관기관과 협력가능성과 철강과 금속관련 기업체가 다수 입점해 과학기술파급효과가 제고된다고 평가했다. 강소연구개발특구 지정도 들었다.

그러나 이철우 도지사가 받은 경북도 내부보고서는 유관기관 협업가능성만 기재했을 뿐 강점인 강소특구와 과학기술파급효과 등은 누락시켰다.

반면 구미지역의 장점은 모두 반영하고 용역보고서도 없는 경북경제진흥원이 구미에 소재한 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으로 지목된 기초과학 인프라부족과 연계가능한 R&D 유관기관 부족 등 불리한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용역보고서에 없는 ‘강소연구개발 특구 지정추진’을 끼워 넣어 이를 부각하는 등 구미지역 유치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경북도 내부보고서는 경북경제진흥원 산하 부설기관으로 설치하고 단계적으로 독립기관으로 설립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북도 출연기관 산하에 두고 차후에 독립기관으로 설립하겠다는 것으로, 결국 경북과학평가원은 사실상 구미지역 유치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독립기관 설립입지평가에서 포항지역이 1순위로 평가됐지만, 경북도가 부설기관 설치로 가닥을 잡으면서 포항지역은 밀려났다. 입지평가에서 최적합 평가였지만 부설기관 설치에서는 다른 결론을 내린 이상한 평가를 한 것은 의문이다.

경북도 내부보고서에서 부설기관 설립 1안은 구미소재 경북경제연구원, 2안은 대구소재 대구경북연구원, 3안은 경산의 경북테크노파크다. 입지평가에서 최우선 순위로 결정이 났으면 부설기관 평가에서도 같은 평가를 했어야 했지만 포항은 아예 제외됐다.

▲대경연구원 연구용역보고서…구미 염두하고 평가했다는 의문 적지 않다
대경연구원의 연구용역결과를 보면 처음부터 구미를 염두에 두고 평가한 흔적이 적지 않다. 전국적인 R&D전담기관 운영현황, 입지평가, 부설기관 가능검토 등을 보면 구미소재 경북경제진흥원과 전자정보기술원으로 유치하기 위한 논리를 의도적으로 전개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게 한다.

R&D전담기관 운영현황에서 대경연구원은 전국 대부분의 광역시·도가 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하면서 경북은 유독 구미 소재 전자정보기술원을 지목했다.

경북지역 R&D전담기관 현황에서 대경연구원은 구미전자정보기술원과 포항테크노파크 경북SW융합진흥센터를 꼽았다. 그리고는 부설기관 설치 가능성 검토에서는 대경연구원과 경북테크노파크, 경북경제진흥원을 제시하고 포항테크노파크의 경북SW융합진흥센터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전문가 입지평가에서 포항지역은 10.1점을 받았다. 구미 9.6점, 경산 9.1점, 안동 6.3점 등에 비해 최적지로 평가됐다. 포항지역은 1순위로 평가 받았지만 내용상으로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유관기관 협력에서 포항은 2.5점을 받은 반면 구미는 2.7점을 받아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초과학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구미가 포항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점은 의문이다. R&D 파급효과에서 포항과 구미는 동일한 2.6점을 받았다.

구미지역의 단점으로 지목된 R&D 유관기관 다소 부족이 과학기술파급효과 제고라는 포항지역 평가와 동일한 점수를 받은 것이다. 전문가 입지평가는 모두 14명이 했는데 이중 10명이 대경연구원이다.

이칠구 도의원은 “외부 전문가는 4명뿐이고 대부분 대경연구원 소속인 것은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며 “주무부서장이 대경선임연구원을 불러 특정지역에 유리한 지침을 내린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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