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먹거리며 영일만의 제2기적이라고 외친 타이타늄 신사업밸리 조성사업이 일장춘몽으로 끝이 났다. 시작은 거창했지만 결과는 용두사미로 마친 이사업은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가 계획하고 포스코 권오준 전 회장이 연출했다. 두 수장이 의기투합(?)하여 시작한 작품이지만, 제대로 그려보지도 못했다.

포항이라는 그림에 스케치만 하고 지역민의 마음만 부풀려 놓은 채 사라진 졸작이 됐다. 경북도민과 포항시민들은 여기에 놀아나고 우롱당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경북도는 김관용 전 지사 시절인 2016년 8월 11일, 타이타늄 관련 포스코와 포항시와 함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지역사회를 기대에 부풀게 했다.

시작은 경북도가 했다. 포스코와 MOU를 체결하기 앞서 자체적으로 타이타늄산업 육성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중앙정부에 제출하는 등 사전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포항, 경산 등 4개시를 규제프리존으로 지정하도록 건의도 했다.

우선사업으로 총 7개 사업, 1340억 규모의 사업비를 요청했으며, 23개사가 2872억 원 규모의 투자 의향을 밝힌 바 있다며 타이타늄 조성밸리사업에 불을 당겼다.

권오준 전 회장의 포스코도 이에 화답했다. 그룹 내 관련 8개 부서의 그룹장들로 구성된 CFT(Cross Functional Team)를 구성하는 등 의욕을 보였다.

이 팀은 타이타늄사업 육성계획을 종합 관리하고, 기술개발을 위해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을 주축으로 타이타늄상용화기술센터를 개설했다. 연구인력 12명도 배치했다.

전문연구기관인 재료연구소(KIMS) 등과의 협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향후 외부전문가 영입 등 조직을 확대할 계획을 수립했지만, 타이타늄상용화기술센터는 제대로 연구도 못해보고 2년 6개월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정부 과제를 받지 못하고 개점, 휴점 상태로 일관하다 주저앉은 것이다. 경북도가 정부로부터 타이타늄 사업을 따내는 것을 고사하고 연구 과제조차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구의 책임인가. 이 사업에서 발을 뺀 포스코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 사업을 처음부터 기획한 경북도책임이 더 크다고 볼수 있다.

물론 포스코도 공동 책임에서 벗어날수는 없다.

김관용 전 지사와 권오준 전 포스코회장도 처음부터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고 잘해볼려고 시작 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전시성사업이라는 오명을 받게됐다.

무엇보다도 김 전지사의 무리한 투자 의지가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 역시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최정우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백지화됐지만, 전회장이 약속하고 현 회장이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책임소재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현 회장 타이타늄사업에서 발을 뺀 것은 수입품이 국내 생산가보다 저렴한 타이타늄 시장 상황을 고려한 탓이 크다.

기업의 속성상 무리한 사업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슬그머니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은 포스코의 체면이 아닐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포스코는 투자 불가에 대해 지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당시와 지금의 타이타늄시장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런데 김관용 전 지사와 권오준 전 회장은 타이타늄 시장 상황을 왜 예측하지 못했을까. 전 회장은 미래의 먹거리로본 반면 현 회장은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현 회장의 판단이 맞다면 전 회장과 김전 지사는 선심성 전시행정을 자행한 셈이된다. 반대의 상황이면 현 회장의 판단 미스가 될 것이다.

아마도 당시 김관용 전지사와 권 전회장은 서로의 판단을 믿었던 것 같다.경북도는 포스코를 믿었고, 포스코는 경북도를 믿었던 것 같다. 포스코는 경북도가 정부로부터 타이타늄 사업과 연구 과제를 따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이를 동력 삼아 이 사업을 밀어 붓칠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경북도 역시 정부과제화 관련없이 포스코가 타이타늄 코일을 생산하기 때문에 사업을 자체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믿었던 것 같다.

포스코는 당초 이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을 중심으로 연구센터를 개설하고 그룹 내 CFT팀을 구성한 것을 보면 포스코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포스코는 타이타늄 소재부터 중간재, 생활소비재는 물론 항공부품까지 전체 밸류체인을 주도해 빠른 시일 내 타이타늄 산업의 선순환기반을 구축하며, 동시에 철강산업에서의 포스코의 역할과 같이 앵커기업으로서 기술개발과 인증 및 판매까지 지역 기업들과의 동반성장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오준 전 회장도 "포스코는 철강을 중심으로 축적한 다양한 소재산업으로 진출해왔다. 두루 쓰이는 핵심 소재임에도 재료를 구하기가 어려웠고 도와 시의 적극적인 지원의지가 힘이 되었고, 국가경제에도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제반 기술개발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관용 전 지사 역시 지역경제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산·학·연·관이 함께 구체적 액션플랜을 준비하겠다며 전략산업이 지역을 넘어 국가경제의 활력 제고에 기여 할 수 있도록 다른 자치단체와의 초광역적 협력체계 구축에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기대를 부풀렸다.

그러나 타이타늄 밸리사업은 경북도가 정부 사업 획득에 실패하면서 동력을 상실했다.이는 상용기술센터 해체를 불러오고 포스코의 투자 의욕도 저해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이 사업을 위해 2년 동안 20억원의 지역민 혈세를 사용했다. 관련업체를 대상으로 시제품을 생산하고 연구비를 지원했지만 이제는 무용지물화 됐다. 시작은 요란했지만 구호에 그친 이 사업의 백지화는 누구의 책임인가

그때 그 사람, 경북도와 포스코 수장들은 어디로 갔는가. 지역민들의 기대만 한껏 부풀려놓은 무책임한 전시성 사업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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