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11월 초 4박 5일간 인도네시아의 숨바섬에 위치한 ‘운크리스위나 대학교(UNKRISWINA SUMBA)’를 방문했다.

이 섬은 잘 알려진 관광도시인 발리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걸리는, 제주도의 6배 정도 되는 면적을 지닌 섬으로 인도네시아의 중심 자바섬에서 동남편에 위치한 섬이다.

요즈음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드물게 이곳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들의 여행기가 간단히 실리기도 하지만, 우리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고 보면 된다.

6개월 전 서울에서 직장 동료의 소개로 한 그룹의 인도네시아 방문객들을 조우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만났던 분이 이 대학교 총장이라서 몇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다가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때 이분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발전이 안 된 이 지역에 세워진 유일한 대학으로서 가난한 학생들을 교육시키는데 어려움이 많은데 한번 와서 특강도 하고 지역을 돌아보라고 청했었다.

필자에게도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 발리 등 잘 알려진 대도시 이외 지역은 지진과 화산으로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좀 더 가까운 동남아 국가들도 많은데, 더구나 조그만 비행기를 갈아타고 가야 하는 오지섬을 왜 방문하랴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라서, 얼마 전만 해도 방문하리라 생각 못하던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계기가 돼 전격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잘 왔었다는 생각도 들었고 다시 계획을 세워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발리에서 1박 후 일주일 4차례 있는 동부 숨바의 와잉가프로 가는 비행기는 작은 제트여객기인데, 대부분의 승객이 발리에 가서 물건을 해오는 숨바인들로 보였다. 몇몇 서양인들이 보였는데, 그들도 대부분 친구들의 초청에 따라 처음으로 숨바 해변을 서핑 차 찾아가는 젊은이들이었다.

1시간 정도의 비행 후 비행기가 숨바섬에 도착했고 멀리 보이는 활주로를 향해 낮게 선회를 하는데 보이는 이곳의 풍경은 와잉가프 도심을 중심으로 푸른 숲이 보일 뿐 주변의 풍경은 꼭 아프리카의 메마른 초원, 몽골고원의 사막화지역 같아 보였다.

높은 산이 없이 벌거숭이 언덕들이 계속되고 우기 시 폭우에 패이고 허물어진 듯한 깊은 골짜기들이 내다보이고 몇 군데 초원을 태우는 듯한 연기도 목격됐다.

이곳 바닷가 호텔에 머물렀고, 몇 군데 해변을 가보았는데, 구릉지대의 삭막함과는 다르게 큰 키의 야자수가 즐비하고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매우 아름다웠다. 개발이 되지 않고 사람들이 알지 못해서 그렇지 이어진 해변은 앞으로 많은 이들이 찾을 만한 곳이 될 것이라고 보였다.

학교는 도심에 위치했는데, 캠퍼스가 작기도 하지만 건물들도 중고교 같은 형태로 낡아 있었다. 건물이 부족한 관계로 학생 3천명이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수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인사도 잘하고 성격들도 밝아 보였다. 이 대학에서 총장과 부총장단을 만났고 3시간 가까이 특강 및 질문시간을 갖기도 했는데, 10개의 전공이 있고 강사들을 포함한 교수들도 30~40명이 대부분 모였다.

필자와 같은 ‘도시공학·지역개발’ 분야는 없고 ‘경제개발’ 분야 교수들이 여럿 있었는데 빈곤 문제, 물 문제, 영양실조 등의 해결방안에 대해 질문도 하고 대답도 하는 등 유익한 시간을 가졌었다.

이곳 숨바섬은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종족과 언어가 좀 다른 것은 인도네시아의 특징이기도 하다지만, 인도네시아인의 85%가 이슬람인데 비해 이곳 숨바섬에서는 이슬람 10%, 가톨릭 10%, 샤머니즘 30%, 그리고 기독교인이 나머지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동부 숨바섬에는 한 가지, 서부 숨바섬에는 두 가지 고유 언어가 통용되는데 서로 알아들을 수 없는 전혀 다른 언어라고 했다. 인도네시아어를 공식 언어로 배우고 사용하기에 서로 소통에 문제는 없다.

이번에 만난 동부 숨바인들이 자기 언어로 이야기들 하는데, 중국어, 베트남어 등과 분명 다른 발음으로 노래하듯 들리는 아름다운 억양과 정다운 말투가 흥미로웠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마치 이탈리어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총장 일행과 차를 몰아 구릉 아닌 제법 높은 산 정상에 위치한 전망 좋은 식당에 가서 점심을 하고 들른 곳은 시가지에서 1시간 정도 운전해간 바닷가에 위치한 황무지였다.

약간 높은 지대이기에 600~700미터 전방에 바다가 내다보이고 후방은 낮은 구릉이 병풍같이 둘러친 평평한 곳인데, 그곳이 새로운 학교부지라고 했다.

대지는 10ha 정도 확보해 놓았지만 재정은 전무한 것 같은데, 그곳에 캠퍼스를 건설하더라도 도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교통문제 때문에 학생들 등하교가 힘들 것으로 보였다.

기독교학교인 만큼, 우선 이곳을 기독교인들의 교육 및 휴양시설로 개발하며 홍보함이 좀 더 나은 접근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는데 이런 방식이 운크리스위나 대학교와 숨바섬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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