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환경영향평가 기준치 이하…문제 없어”

지역 주민 “입지 선정 자체의 문제”
첨예해지는 대립 속 해결 방안은
먼지배출 송풍기 실험 후 주민 불신 가중
포항시 “환경영향평가 기준치 이하” 반복, 주민들 “시 행태·환경평가 등 못 믿어”
시의원 ‘주민소환제 확정’ 전국적 이슈



포항시 남구 호동에서 지난 2월부터 가동되고 있는 생활폐기물 에너지화 시설(이하 SRF 시설)을 두고 포항시, 운영사와 지역 주민 간 대립이 점차 첨예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해결방안은 보이지 않고 있다.

SRF 사태는 지역 시의원이 지역의 고충을 외면했다는 불만이 증폭되면서 내달 18일 이들에 대한 주민소환제 실시 대상으로 지목되는 등 귀추가 주목되며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포항 SRF 시설 갈등의 근본적인 이유는 굴뚝의 높이다. 현재 전남 나주·강원 원주 등에서는 SRF 시설 굴뚝의 높이를 100m 이상으로 설치했으나 유해물질이 배출된다는 민원이 야기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포항 SRF 시설의 굴뚝 높이는 34m에 불과하다. 이 지역은 군사보호구역으로서 비행고도가 제한돼 더 이상 높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애초부터 이곳에 시설이 들어서기는 부적절함에도 포항시에서 강행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시설 반경 4km 이내 초·중·고등학교가 14개나 위치하고 있어 학생들이 먼지·가스 등 유해물질에 직접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오천지역 학부모 등 주민들은 현 시설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연일 성토하고 있다.

포항시와 운영사인 포항이앤이㈜는 시설 굴뚝 높이 100m는 법적으로 정해진 기준이 아니며, 또한 폐기물을 태워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의 오염물질은 정화장치를 통해 걸러내고 외부로 배출함으로써 유해물질 배출량은 기준치 이하로 집계되고 있어 인체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시와 운영사는 주민들의 최대 불만인 부족한 굴뚝높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송풍기 시설을 설치해 배출가스를 160m 이상 높게 올라가게 하겠다고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실험결과부터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시설물 자체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SRF 시설들의 경우 비용과 미관상의 문제가 있더라도 역전층을 고려해 150~200m 선에서 연돌을 올리고 있음에도 오천 지역의 시설은 연돌의 높이가 33.8m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포항시는 “SRF 시설이 자리 잡은 호동 지역이 비행고도제한 구역이어서 연돌의 높이를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며, “대신 연돌에 송풍기를 달아 배출가스가 높이 올라가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답변한 바 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지난달 31일 실시한 SRF 시설 송풍기 연기 배출 촬영 실험에서 연기가 상승하지 않고 옆으로 확산되는 결과가 도출했기 때문이다. 시설 운영사인 포항이앤이㈜ 측은 “시뮬레이션 당시의 풍속 기준(2.7m/s)보다 실험 당시의 풍속(4m/s)이 강했기에 올바른 실험 결과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천지역 청년회 양창목 회장은 “실험 결과가 이런데 문제가 없다는 말을 믿을 수 있느냐”며 “160m까지 연기를 올려 보낼 수 있다는 당초의 발언이 증명되기 전까지라도 최소한 가동을 중지하고 불가능하다면 시설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돌의 높이 문제는 “애초부터 입지 선정이 잘못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시설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운영사인 포항이앤이㈜ 측은 “일반 풍속 기준(2.7m/s)보다 실험 당시의 풍속(4m/s)이 강해 올바른 실험 결과라고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재도 경북도의원은 지난 11월 6일 포항 MBC ‘포항 SRF 갈등 해법 있나’라는 주제로 개최된 특별 대담에서 “오천 SRF 시설 문제로 인해 발생한 민·민, 민·관 등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포항시, 포항이앤이㈜와 지역 주민들이 서로 신뢰하고 진정어린 소통을 해야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텍 권세윤 환경공학부 교수는 “서울 SRF 시설이 건설된 3곳은 연간 2~3회 대기 중 오염물질 농도분석과 연간 1회 정도 인체검사를 실시하고, 오염원이 없는 타 지역과 미세먼지 농도 등을 비교해 이를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다”며, “주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오천 지역에서도 지금부터라도 실시해 실질적인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별도의 대기 오염원이 없는 타 지역을 비교군으로 선정해 해당 지역과 시설이 입주한 지역의 대기중 오염물질·미세먼지 농도를 지속적으로 비교하고 이를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는데, 포항시는 가동을 시작한지 8개월이 지났음에도 이러한 대응이 없다는 것이다.

이 시설은 하루 평균 500톤 규모의 생활쓰레기와 하루 270톤 규모의 생활폐기물 고형연료를 태워 12.1MW 규모의 전기를 생산해내는 발전 시설이다. 폐기물을 태워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의 오염물질은 정화장치를 통해 걸러내 배출함으로써 오염물질 배출량은 기준치 이하로 집계되나 이것이 ‘유해하지 않다’거나 ‘불안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는 게 지역 주민들의 주장이다.

한편 SRF 시설의 갖은 문제로 시설을 반대하는 오천읍 지역의 ‘오천 SRF 반대 어머니회’는 “이나겸·박정호 시의원이 악취가 진동하는 SRF를 반대하는 주민 의견을 대변해주지 않았다”며 두 의원의 주민소환 청구를 위한 서명운동을 실시해 투표가 결정됐다.

이 투표에서 오천읍 주민 3분의 1 이상이 참여해 과반수가 찬성하게 되면 두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시사토론에 참여한 이재도 경북도의원은 “작금의 사태는 포항시가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백남도·이휘준 기자
저작권자 © 영남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