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재 대표이사

사모펀드는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사건으로 인해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사모펀드는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주식·채권 등에 운용하는 펀드를 말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낯설고,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고수익기업투자펀드라고 할 수 있는 사모펀드의 운용은 비공개로 투자자들을 모집해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자본참여를 해 기업 가치를 높인 다음 기업주식을 되파는 전략을 취한다.

그래서 기업사냥 전문 펀드라 불리며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공모펀드와 달리 운용에 제한도 없다.

공모펀드는 펀드 규모의 10% 이상을 한 주식에 투자할 수 없고, 주식 외 채권 등 유가증권에도 한 종목에 10% 이상 투자할 수 없는 등의 제한이 있다.

사모펀드는 이러한 제한이 없어 이익이 발생할 만한 어떠한 투자대상에도 가리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사모펀드는 재벌들의 계열사 지원, 내부자금 이동수단으로, 혹은 불법적인 자금이동 등에 악용될 우려도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2000년 7월부터 투자신탁회사들에게 주식형 사모펀드의 발행을 허용했다. 이 주식형 사모펀드는 특정종목에 대한 투자를 펀드 자산의 50%까지 할 수 있고, 발행주식의 편입 제한도 없으므로 특정회사 주식을 100%까지도 매입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사모펀드가 경북지역의 기업을 사냥하고 있어, 지역경제를 혼탁 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급기야 공공용 사업체인 경주의 서라벌도시가스도 점령했다.

영덕풍력발전과 영양풍력발전이 외국계 사모펀드 먹튀 논란에 이어 서라벌도시가스도 사모펀드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탄탄한 알짜기업인 서라벌도시가스도 언제 팔릴지 모르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외국계 사모펀드인 맥쿼리는 영덕풍력발전과 영양풍력발전을 도륙내고 먹튀해 지역에 많은 폐해를 노출시켰다.

맥쿼리는 영덕풍력을 기업사냥해 7년 동안 매출 630억원 가운데 이자 비용으로만 319억원을 상납 받아 기업을 깡통회사로 전락시키고 국내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매각했다.

연 24%의 이자를 적용한 그야말로 고리대금업자였다. 맥쿼리는 영양풍력도 같은 방법으로 수탈했다.

사모펀드의 경주 서라벌도시가스 인수는 우려할 사항이 많다. 경주, 영천 등지의 도시가스를 독점 공급하는 공공성이 강한 사업이 기업사냥감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도시가스공급허가는 한국가스공사가 5년마다 하가를 갱신해주고 있다. 가스공사의 사전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모펀드의 서라벌도시가스는 벌써부터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지역에 투자키로 경북도와 MOU까지 체결한 7천억원 규모의 수소연료발전사업 포기했다. 그 이면에는 서라벌도시가스가 있다. 연료를 공급하는 서라벌도시가스를 사모펀드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소유구조에 따른 경영불안, 공급불안정 등을 이유로 들고 서라벌도시가스의 수소연료발전사업 동참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자 투자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지역에서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반응이다.

서라벌도시가스는 GS에너지가 소유하다가 올해부터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됐다. GS그룹은 36년간 이어온 도시가스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2000년에 설립돼 경주, 영천 등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서라벌도시가스는 지난해 말 기준 매출 1천193억원, 영업이익 86억원, 당기순이익 73억원의 실적을 거둘 정도의 알짜기업이다.

사모펀드의 기업인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지역사회와 상생하지 않는 특성 때문이다. 단물만 빨아먹고 다시 되파는 등의 먹튀 행위의, 그런 사모펀드가 지역경제를 망치고 있다.

금융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사모펀드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활개를 치면서 우리기업을 사냥해 갖가지 부작용을 표출하다 뒤늦게 국내펀드도 허용했지만 아직도 우리경제는 사모펀드를 받아들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상황이 이럴진데 하물며 지방경제는 어떠한가. 영덕풍력과 영양풍력의 경우 외국계 사모펀드가 판을 치는 동안 사업 부지를 헐값에 빌려준 자치단체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들의 땅에서 사업자들이 사업체를 사고 팔고하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까마득하게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대비해야 한다. 선진 금융기법이 판을 치는 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뒤통수를 맞는 일은 없도록 철저한 사전대비가 필요하다. 이제는 오히려 이를 활용하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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