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국내외 경제여건으로 볼 때 성장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단도 마땅찮아 올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연간 2% 성장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연간 GDP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90년대 후반 이후 2차례 밖에 없었다. 1998년(-5.5%)과 2008년(0.8%)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아주 예외적이고 강력한 외부충격이 있었을 때다.

우리 경제의 분기 성장률은 1분기에 마이너스 0.3%로 출발해 2분기에는 1.0%로 반등했으나 3분기에 급락했다. 성장률이 2분기에 크게 오른 것은 재정의 조기 집행에 따른 정부 기여도 덕분이다.

하지만 재정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먼저 많이 쓰면 나중에 쓸 돈이 없어져 집행 능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2분기 성장률이 전문가 예상치(0.5∼0.6%)를 밑돈 것도 성장의 정부 기여도가 2분기의 1.2% 포인트에서 0.2% 포인트로 낮아진 탓이 가장 크다.

민간의 성장 기여도가 2분기 마이너스 0.2% 포인트에서 3분기 0.2% 포인트로 플러스 전환한 것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다만, 재정지출 감소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올해 연간 성장률 2% 달성은 현재로서는 누가 봐도 어려워 보인다. 4분기 성장률이 1.0% 안팎이라야 기대할 수 있는데 이는 잠재성장 속도를 웃돌아야 가능한 수치다.

성장률 둔화도 문제지만 둔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정부는 올해 7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4∼2.5%로 전망했지만, 지금은 남의 얘기가 됐다.

세계 주요 전망기관들이 가장 최근에 내놓은 우리 경제 성장 전망치는 이미 1.9%로 떨어졌다. 갈수록 전망치가 낮아져 왔다는 것을 돌아보면 이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 경제팀은 보다 처절한 위기의식 아래서 재정 여력을 총동원하고 민간투자와 수출을 촉진하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
저작권자 © 영남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