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재 대표이사

경북지역의 서민경제가 위협받고 있다.

포항, 구미를 비롯한 경북지역 서민경제는 이제 위협단계를 지나 벼랑끝으로 몰렸다. 서민경제의 아픔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갈수록 나빠지고 있지만 개선될 조짐은 없다.정부의 지방경제 홀대는 지역서민경의 고통을 더욱심화시키고 있다.

경북의 서민경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집권시절 부터 대기업의 경북 이탈을 시작으로 경북경제의 한 축인 구미경제가 파탄나고, 포항경제의 버팀목인 포스코의 투자부진 등이 더욱 심화시켰다

여기에다 정부의 최저임금인상,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의 경제정책이 가세했다. 가뜩이나 허약한 경북지역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정부의 지방경제 외면, 자치단체의 기업유치 전략부재 등이 서민경제를 더욱 나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제일먼저 고통을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서민이다. 서민의 아랫목은 쉽게 식고 쉽게 뜨거워진다. 경북경제는 2015년부터 가파르게 악화되고 있다. 수출실적은 30%가까이 추락했다.

금액으로는 15조 이상이 날아간 것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연간 매출이 15조 인점을 감안하면,지역경제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역의 서민경제 붕괴는 서민금융의 자산건전성 악화 등 금융지표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포항을 비롯한 경북지역의 서민금융인 저축은행, 신협, 농축수협 등의 부실채권이 올 들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서민들이 돈을 빌려 쓰고 제때 갚지 못하면서 부실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1금융권의 자산건전성은 탄탄하다.

윗목은 펄펄 끓지만 아랫목은 냉기로 가득 채워지고 있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서민의 아랫목은 경기침체에 민감하다. 기진자의 윗목은 경제가 나빠져도 뜨거운 열기가 식지 않고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는다. 반면 서민들의 아랫목은 곧바로 식어서 냉기만 가득차게 된다.

농축수협, 신헙, 저축은행 등은 서민들의 가계자금 공급처다. 이들 서민금융의 자산건전성이 올 들어 급격히 나빠지고 있는 것은 우려할 상황을 넘어 심각한 상태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의 서민금융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었다. 올 들어 대출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이 이용하는 1금융권은 경기가 나빠져도, 대출건전성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서민금융은 경기에 민감하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고통은 서민부터 시작된다. 경제가 살아나면 가진 자는 가장 수혜를 받지만, 나빠지면 서민이 가장 피해를 본다.

이것이 우리나라 취약한 경제의 구조이며 현 주소다. IMF를 모르고 살았던 포항경제는 현재 그 시절보다 혹독한 고통을 겪고 있다. 당시에는 포스코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줬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포스코도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런 상황에서 지역경제에 희망을 주는 포항배터리 리사이클 규제자유특구는 제자리 걸음이다.

정부가 규제샌드박스,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했지만 규제 혁파는 지지부진하다.규제를 풀어주지 않아 제대로 착수조차 못하고 있다.

기업 활동을 촉진하고 기존 제조업이나 첨단 분야에서 혁신성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철폐에 나서야 하지만 목소리만 있고 현장에서는 제자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글로벌 성장 전망을 지난 4월의 3.3%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의 전망치는 2.6%에서 2.0%로 0.6%포인트 낮춰 잡았다.

국제 경제 전망기관들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 전망치는 1.9%로 이미 2.0% 아래로 내려갔다. 성장 감속이 가파른 것은 심각한 우려상황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가계 부채 부담을 완화하고 투자·소비 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약발이 먹힐지 미지수다. 금리 인하는 저금리가 부동산 과열을 부채질할 우려를 안고 있어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역대 최저수준이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대내외 불확실성을 대비하고 경기 회복을 추동하자는 취지지만 식어버린 아랫목을 미지근하게나마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은행은 건설투자와 수출,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한 가운데 소비증가세가 약화하면서 성장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경제는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에 일본의 무역 보복까지 겹치면서 경제의 등뼈인 수출이 급감하고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수출 감소는 10개월째 지속하고 있다.

이는 주요 국가 대부분이 겪는 현실이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엔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상반기 국내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37%나 줄어든 것은 기업이 받는 수출 부진의 충격을 보여준다.

경북과 포항지역 경제도 국가경제의 악화로 인해 언제 일어설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워낙 불확실성이 커 지역 경제가 언제 정상 궤도에 올라설지는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경북도와 포항시는 거창한 구호나 전시적인 기업유치 홍보를 지양하고 실효성 있는 지역경제 살리기를 차분하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국가경제 전략은 정부의 몫이지만, 서민을 위한 행정은 자치단체장이 해야 할 일이다. 투자양해각서를 남발해 기대만 주었다가 더 큰 실망을 불러오는 보여주기 식 행정은 탈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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