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만리 407-11번지, 수십년간 사용한 도로 “내 땅이다 갈아업어”

▲ 도로파손으로 파문이 일고 있는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구만리 현장 = 편집 이경화 기자
40년 전 새마을 사업으로 도로 개통…2014년 포항시 아스콘 포장공사
공공시설물로 인정될 경우, 교통방해와 공공시설물 손괴죄 적용 가능
포항시 비법정 도로라는 이유로 ‘수수방관’…민원인 간 분쟁 키워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구만리에 위치한 마을 도로가 파손돼 ‘공공시설물 손괴냐’, ‘개인 재산권 방어냐’를 두고 파문이 일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마을도로(비법정 도로)는 지난해 말 204호선이 개통되기 전까지 수십 년간 사실상 공공도로로 마을주민과 관광객들이 이용해 왔다.

포항시에 따르면 이 도로는 40년 전 새마을 사업으로 도로가 개통됐으며, 지난 2014년에는 호미곶면사무소에서 예산 1천500만원을 투입해 논란이 되고 있는 마을도로에 아스콘 포장공사를 했다.

이 부분이 포항시도 공공도로로 인정했다는 유추가 가능해 ‘공공시설물 손괴’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이 도로는 수십 년간 ‘관습상 도로’로 인정돼 왔기 때문에 토지 소유자의 도로 파손은 ‘교통방해’ 등 법적 다툼의 여지가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교통방해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논쟁은 마을도로(474-11번지)에 접해 50여 년간 살아온 양모씨가 지난 8월 중순 태풍 크로사의 영향으로 주택(480-1번지)이 피해를 입자 아들 김모씨가 주택신축을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김모씨는 지난달 17일 건축신고를 포항시 남구청에 접수하고 신축을 추진했지만 진입도로 파손으로 사실상 신축이 중단된 상태다.

김모씨는 “50여 년 넘게 사용하던 도로를 파손해 통행이 불가능 하게 됐다”며 “이렇게 도로를 파손하면 어머니가 살집을 어떻게 짖고, 통행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로를 파손한 악덕 부동산 업자를 반드시 행정처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죽도동 모 부동산 업자가 찾아와 땅을 매매할 것을 요구해 이를 거절했더니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했다.

마을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474-11번지(전)는 박모씨 소유로 지난 1999년 매입한 것으로 확인돼 수십 년간 도로로 사용해온 사실을 매입 과정에서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아 이번 행위에 대해 김모씨 소유 땅을 매입해 주변 전체를 다른 용도로 개발한다 등 여러 가지 ‘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모씨 측은 “진입도로로 사용하는 주민을 생각해 지난 20년 동안 재산권리 행사를 못했다. 양모씨에게도 사실 때까지는 도로를 막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지만, 태풍으로 집이 피해를 입어 신축을 결정하면서 아무런 협의도 없었다”면서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도로를 원상 복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포항시에도 재산권 확보를 위해 도로를 원상복구 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우리 소관이 아니다’는 말로 이 부서 저 부서에 책임을 떠넘기며 민원을 묵살했다”고 덧붙였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SNS상 네티즌들의 비판도 거세다. B씨는 “아무리 도로가 자기 땅이라도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은 막을 수 없다고 대법원 판결이 있던데 참 X아이 많네요”, O씨는 “이미 공용으로 사용한 도로를 맘대로 훼손하면 법적인 책임이 있다”, K씨는 “시 예산으로 도로포장한 것을 개인이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처벌대상” 등 다양한 의견으로 박모씨의 행태를 비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포항시는 비법정 도로라는 이유 등으로 수수방관하고 있어 민원인 간 분쟁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공공시설물 파손에 해당되는지 등의 여러 상황에 대해 민원이 접수된다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사건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2014년 아스콘 포장공사를 추진하면서 토지소유자의 동의 없이 공사를 강행한 점도 논란 꺼리다.

통상 도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토지소유자의 동의서를 받거나 해당 토지를 매입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포항시는 비법정 도로라는 이유만으로 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A씨는 “수십 년간 사실상 도로로 사용해 왔다면 공공시설물로 보는 것이 맞다”면서 “민원인 간 법적 다툼이 일어나기 전 포항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모씨는 박모씨를 공공시설물 손괴죄 등을 적용해 포항 남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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