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휴 본사 상임고문

조국(曺國) 사태로 나라가 갈등과 분열로 허덕일 때 경제와 기업인들 처지는 어떨까. 뒷골목이나 시장바닥에서 들을 수 있는 민심으론 이미 ‘버려진 자식 꼴’이란 탄식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경제민심 동향을 전혀 듣지 못한 듯 “우리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니 “복장 터질 노릇 아니냐”고 흥분한다. 아마 대통령은 측근 참모들이 ‘잘돼 갑니다’라고 충성 보고하자 그대로 받아 인용한 모양이다.

대통령은 지난 추석 연휴가 끝난 바로 다음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8월중 고용동향 통계를 인용, 고용률 61.4%는 ‘통계작성 이후 최고’, 실업률 3.0%는 ‘역대 최저기록’으로 일자리 정책의 소중한 효과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실상 이 동향에는 ‘가짜뉴스’ 수준의 부끄러운 관제(官製) 통계가 들어 있다.

고용률 61.4%의 신기록은 전년비 신규 취업자 45만2천 명으로 설명되지만 이중 86%가 60세 이상 노인 취업이다. 그나마 국민혈세로 담배꽁초 줍기 등 단기 알바형 ‘용돈 일자리’다. 반면에 30․40대 취업자, 제조업과 금융․보험업 취업자는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으니 이는 무슨 정책효과라고 설명하려는가.

우리가 보기엔 촛불정권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및 친노동 기조 2년여 만에 우리경제의 어느 한 구석도 성한 곳이 없다.

한국경제를 오랫동안 관측해온 OECD, ADB 등 국제기구가 올 GDP 성장률을 2.1%까지 하향 예측했다. 이는 기재부가 아직도 제시하고 있는 2.4~2.5% 성장목표와는 큰 격차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2.1%도 어렵다고 본다. 이미 일본식 장기침체기에 진입하여 획기적인 정책전환 없이는 가망이 없다는 진단이다.

특히 ‘문재인 경제’인 J노믹스 설계자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우리의 실물경제가 ‘뼈 부러지는’ 골다공증 현상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우리경제의 강점인 제조업 기반이 급속 노후병에 들고, 노조는 갈수록 강성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들린다.

한국은행이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외부감사 대상기업 2만2,869개사 가운데 14.3%인 3,236개사가 영업으로 돈 벌어 이자비용도 못 갚는 ‘좀비기업’이라고 구분했다. 이어 ‘좀비기업 문턱’에 들어선 한계기업도 20.4%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분기 해외 직접투자 규모가 150.1억 달러로 전년보다 13.3%가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분기도 141.3억 달러로 역대 1분기 사상 최고기록이었다. 분야로 보면 제조업과 금융․보험업이 가장 많았다. 바로 국내에서 기업하기 어려워 해외로 ‘탈출투자’했다는 뜻이다. 이이 비해 지난 2분기 외국인의 한국투자는 67억 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38.1%나 감소했다.

대통령과 집권당은 재벌경영을 적폐청산 차원에서 온갖 벌을 주면서도 국내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공개적으로 촉구해 왔다. 그런데도 국내투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상반기 내내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어찌하여 무서운 권력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국내투자를 기피했을까. 정부규제와 간섭에다 노동계의 ‘무소불위’ 투쟁력이 두려웠기 때문 아닐까.

통계청이 노인 관련 통계를 자주 발표하면서 저출산 고령화시대 정책진로를 제시하지만 솔직히 우리네 노인심정은 갈수록 우울이다.

올해로 65세 이상 노인이 768만5천 명으로 총인구의 14.9%를 차지하니 국가와 사회의 부양부담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오는 2050년까지 노인인구가 계속 증가하여 1,900만7천 명에 이를 전망이라니 누가 돈 벌어 초고령사회를 부양할 수 있을까.

이렇게 암담할 때 통계청이 전국사업체 조사를 통해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고 발표하니 문 정권의 정책방향에 맞춘 꼴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취업자가 231만1천 명으로 전년비 14만5천 명이 늘었다. 또한 은퇴했다가 다시 나온 ‘고령 창업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새로운 추세다.

지난해 기준 60세 이상 노인경영 사업체는 92만7,194개로 전년 대비 5만5,574개사(6.4%)가 늘어났으니 가히 ‘고령창업시대’다. 이는 지난해에 늘어난 전체 8만2,668개사 가운데 67% 비중이다. 반면에 30․40대 창업자는 별로 늘어나지 않았으니 결코 정상이거나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렇게 저출산 고령화로 우리경제의 중추가 노후화 되고 있지만 노동계만은 세계 최강 수준의 기상이다. 한국노총과 민노총은 현 정권의 창업공식 격으로 친노동, 노동존중사회 건설 공약의 주인이다. 반면에 경영계는 “글로벌 경기하락 리스크가 폭포수처럼 쏟아진다”고 호소(박용만 대한상의 회장)하지만 청와대와 집권당에 듣는 귀가 없다. 얼마 전 민주당 내 경제를 아는 의원 12명이 전경련을 방문하여 주요기업인 14명과 “경제난국을 함께 풀어가자”고 간담회를 갖고 “현 정부가 결코 노조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바로 다음날 사과하는 ‘우발사고’를 연출했다.

촛불정권의 지지기반인 노동계의 반발이 무서웠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이러니 경제와 기업은 현 정부 들어 ‘버려진 자식 꼴’이란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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