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우리 금융안정 지수가 3년 반 만에 ‘주의단계’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인한 대외여건의 악화와 국내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금융 불안 위험이 커져서다.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대외여건 악화로 금융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데다 기업실적 악화, 가계 연체율 상승, 금융기관 건전성 저하의 움직임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들어 금융안정 지수가 ‘주의단계(8∼22)’에 해당하는 8.3을 기록했다고 했다.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외변수도 문제지만 우리가 직면한 내부 변수도 심각하다.

기업과 가계의 건강성과 활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어서다. 대외 변동성이 다소 커지더라도 내부의 경제주체들이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대외 변수의 작은 변동에도 심각한 금융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들은 100곳 중 14곳 꼴로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었다. 한계기업 비율은 2017년 13.7%에서 지난해에는 14.2%로 늘었다.

2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잠재 한계기업 비율도 늘고 있어 한계기업이 증가할 개연성이 크다. 3천200여 곳의 한계기업이 파산으로 이어진다면 결국 금융기관의 부담으로 돌아와 금융 불안의 요인이 된다.

고위험 파생상품의 범람도 금융안정의 위협 요소다.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대규모 중도환매를 요청하면 이런 자산을 팔아 돈을 돌려줘야 하지만 유동성이 떨어지는 회사채 등을 갑자기 팔려면 헐값에 팔아야 한다.

채권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이 파생상품을 금융 불안 요소의 하나로 지목한 이유는 고위험 파생상품의 규모가 만만치 않아서다. 금융시장 불안의 부작용이 한나라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뼈저리게 느꼈다. 빈틈없이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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