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학교 교수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흥미를 돋구기 위해 가끔 서울사람과 시골사람 내지 서울과 시골이라는 대칭적인 단어를 사용할 때가 있다. 이러한 대칭적인 개념은 현재로서는 잘 느끼기 힘든 과거의 산물로 생각되고 영화에서나 엿볼 수 있는 모습들이라고 생각된다.

어린 학생들은 ‘저는 대전에 사니까 시골사람 아니에요’ 대꾸하기도 하고, 포항이나 좀 더 작은 도시에서 온 학생들은 무언가 말을 하고 싶어도 긴가민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부와 학계의 자료를 본다면,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은 90%에 이르고 있다. 이 말은 90%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반면 도시가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10%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비율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과 대등한 비율이다. 이는 부산, 대구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포항, 구미 등 중간도시 그리고 김천, 영천 등 소도시들도 시골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필자의 조크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수십년 사이에 우리 한국인의 국민소득이 큰 성장을 했고 삶의 질도 크게 향상되었다고 보는데, 이는 경제산업의 눈부신 성장 하에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압축적인 성장은 세계적으로도 유래 없음이 온 세계의 정치·행정가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바이다. 이제 우리 한국은 과거와 같이 서울사람vs시골사람 같은 구분이 무의미해진 듯 보인다.

입은 옷도, 말투도, 핸드폰도, 대부분의 가전제품도 비슷하게 소유하고 있는 듯 보인다. 미국 등 선진국사람이든 네팔 등 개발도상국 사람들이든 한국인들의 생활이 매우 유복하고,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평하고들 있다고 생각된다.

이번 추석에 포항에서 서울을 다녀오며 비행기 안에서, 택시 안에서, 그리고 서울 부모님댁 인근의 수목원을 산책하면서 내 사는 포항 및 주변 농어촌지역사람들의 생활과 서울사람들의 생활, 포항, 영덕 등 중소지자체의 상황과 수도인 서울을 새삼 비교하며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한국이 발전하고 지방도시들이 발전해 겉모습은 서울과 시골이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그 간극이 어떤 면에서는 더욱 넓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없지 않다.

지방으로 직장 구하러 많은 이들이 이동했다고는 하지만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이동하는 이들이 더욱 많아서 대부분의 지방도시들은 인구정체 내지 감소를 겪고 있고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인구가 이제 한국인구의 50%를 넘어서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총생산에 있어서도 수도권인 서울과 경기가 국가 전체의 50%에 이르고 있다. 이 두 지자체는 각각 국민총생산이 다른 시도들에 비해 5~10배에 이르고 있다.

그 이외에도 교육의 질, 상업 및 금융서비스의 질, 직장 선택의 다양성, 국제공항과의 접근성, 의료서비스의 질 등 다양한 면에서의 차이가 크다. 이러한 차이를 도시 각자의 특징 혹은 개인들의 취향에 따른 선택 등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물론 ‘시골이 한적하고 공기 맑기에 살기 좋다’ 등 기본 요소들로 만족하는 이들이 없지는 않다고 본다. 정부는 지난 수십년간 인구·경제의 지나친 서울집중을 막고 지방도시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거점도시개발에서부터 혁신도시개발·행정수도이전에 이르기까지, 혹은 수도권공장시설 및 대학정원제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들을 써 오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수도권은 성장을 거듭하는 것이다.

수도권성장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우리가 경쟁우위적인 발전을 거듭하려면 서울이 글로벌시티로 발전해야 하고 글로벌네트워크를 강화해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지방은 더욱 낙후될 수 있으니 문제인 것이니, 지방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도시 및 교통인프라에서부터 적정 신산업 구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수 있다.

이 말은 국가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것인데, 정부는 수도권 세계경쟁력 강화염려 때문만이 아니라 단기적 정치경제 논리 하에 지역투자를 추진하면서 마음 편치 못하고 제대로 추진도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요즈음 유럽의 ‘란스타드’ 같은 네트워크도시를 언급하는 분들이 많다. 이 도시들은 그리 크지 않은 25만~70만 인구를 지닌 거리가 서로 50~60km 떨어져 있는 중소도시들인데, 이들이 네트워크를 통해서 하나의 도시기능을 이루고 런던과 맞먹는 경제산업규모를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방발전을 위해서 이러한 네트워크 도시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포항의 경우에도 그 같은 네트워크 도시를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이웃인 경주와 ‘투윈시티’를 형성한다든지, 포항도심을 중심으로 경주도심과 부도심, 영덕, 청송, 울릉 등을 포함한 ‘포항권’의 위계적·수평적 네트워크를 좀 더 강화시키든지, 대도시인 대구 및 울산과의 네트워크는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연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영토가 비교적 작은 편이므로 스마트화·네트워크화가 좀 더 용이할 수 있다고 보며 이것이 강점이라고 보는데, 이러한 상황 하에서도 각 지역들이 유니폼화가 아닌 지역 간 무언가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음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말은 서울은 서울다워야 하고 각 지방들도 각자의 특색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리이다. 분명히 짚고 갈 것은 각 지역 주민들 간 평균소득, 교육, 의료 등 최소 몇 가지 요소들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존재해서는 않된다고 생각하는 바이며 이에 대한 끝없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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