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휴 본사 상임고문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曺國)사태 관련 한마디도 없이 출국하고 나니 국민 분노가 허공에 대고 헛소리 지른 꼴이다.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준비와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 골몰하느라고 반조국 시위 집회 관련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한 때문일까.

대통령은 유엔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이야기 하고 트럼프와 회담에서는 또 ‘김정은 살리기’에 관해 중점 논의할 모양이니 반조국 민심동향과는 너무나 딴판이다.

또 집권 민주당도 대통령의 출국에 앞서 김정은 살리기 일환으로 비치는 ‘평화경제’ 토론회를 갖고 ‘개성공단의 국제화’ 등을 주장했으니 조국사태로 속상한 국민들은 복장 터질 노릇 아닌가.

지난 주말 전국 곳곳 반조국 집회 소식이 있었고, 대학교수 시국선언, 대학가의 촛불시위도 강력했다. 또 제1야당은 당대표 등의 삭발투쟁 기세로 ‘조국 구속’ ‘문재인 사죄’ 깃발을 높이 쳐들었다.

반면에 조 장관은 곧 중대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처지인데도 의정부지검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갖고 검찰개혁을 당당히 강조했다. 그 사이 빚어진 여러 정황에 비춰보면 촛불정권 차원에서 ‘조국 지키기’ 작전이 전개된 모양이다.

조 장관이 참석한 당·정협의회에서 이 대표가 검찰개혁 성과를 기대한다고 강조했으니 집권당의 ‘조국 지키기’ 공식 메시지 성격이다. 민주당은 이어 전국 17개 시·도와 예산정책협의회를 통해 민주당이 지배하는 지방정부들의 민원사업, 정책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개 약속했다.

새해 513조5천억 원의 초수퍼 예산안에 이미 지방정부들의 요구가 최대한 반영됐지만 예산정책협의를 통해 추가 민원을 발굴, 수용하겠다는 방침이니 사전선거운동 격이다.

이보다 앞서 민주당은 창당 64주년 기념식을 통해 “다시는 정권을 뺏길 수 없다”는 각오로 내년 총선압승 및 장기집권 목표를 다짐했다.

민주당은 “당면한 조국사태 쯤이야 잠깐”이고 제1야당의 탄핵분열은 통합불능 지경이니 친여 야당들과 합작으로 “패스트트랙 입법만 끝내면 내년 4.15 작전은 절로 압승 아니냐”고 계산할 것이다.

이 같은 민주당의 장기집권 로드맵 행진에 경제파탄을 듣는 귀는 없다. 민주당 정권의 오랜 체질에 생산과 수출은 없고 분배와 복지 선심은 넘치는 꼴이다. 이 때문에 경제계와 시장바닥에서는 촛불정권의 친노동 천지 하에 경제는 ‘버려진 자식 꼴’ 아니냐고 한탄한다.

국가재정은 미리 펑펑 쓰는 것이 좋다는 ‘재정역할 확장론’은 대통령이 먼저 꺼낸 것으로 기억한다. 문 정권 3년차에 국가예산이 100조원 늘어 513조원을 기록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추석연휴가 끝난 다음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말로 경제난 비판론을 일축했다. 이어 기존의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경제정책기조의 불변원칙을 강조했다.

또 대통령은 통계청의 고용동향 통계를 인용, 고용률 61.4%의 역대 최고 기록이 일자리 정책의 ‘소중한 효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즉각 대통령 말씀이 자화자찬형으로 측근 참모진의 ‘과잉충성’ 탓 아니겠느냐는 반박이 나왔다.

대통령이 한껏 자랑한 신규 취업자 신기록 내역도 86%가 60세 이상 노인들이니 ‘일하는 노인 역대 최고’라면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노인 일자리가 국민세금을 동원한 ‘알바형’ ‘용돈형’ 단기일자리임은 여러 차례에 걸쳐 확인되지 않았는가.

더구나 한창 일해야 할 30~40세대 취업자와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금융, 보험업 취업자가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는 현상은 어떤 정책효과라고 설명할 참인가.

이런 측면에서 청와대의 정책실장, 경제수석, 일자리수석 등 고위 참모진이 우리경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하지 않은 ‘불충죄’를 범하고 있지 않느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조국사태와 관련해서는 “조 장관 한사람 지키고자 국민여론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다가 정권 지키기에 실패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말해주고 싶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올 GDP 성장률을 지난해 11월 2.8% 전망에서 연속 3차례나 수정, 2.1%로 하향조정했다. 이에 비해 기획재정부는 아직도 2.4~2.5%의 성장 전망을 고수하고 있으니 대통령의 경제인식마저 오류를 걷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오랫동안 경제규제정책 혁파를 호소해온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의 전국상의회장단 회의를 통해 “경제하락 리스크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다”고 통탄했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글로벌 환경악화와 국내의 반기업, 반시장 규제정책들을 말한다. 이는 기업 힘으로는 전혀 대응할 수 없는 리스크다.

박 회장은 20대 국회에도 규제개혁 호소를 위해 14차례나 방문했지만 별 무성과라고 지적했으니 규제 때문에 경제가 못살 지경이라는 말 아닌가. 이 시점에 당·청의 내년 총선압승과 장기집권 로드맵 앞에 “조국보다 경제가 몇 배나 더 소중하다”는 긴급과제로 제시하고 싶은 것이다.

무엇보다 조 장관을 겨냥한 여론 화살이 ‘우리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오찬한 대통령 쪽으로 방향 전환할 시점임을 깨닫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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