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연 포항시청소년재단

▲ 포항시청소년재단 정소연
뮤지컬의 묘미란 극적인 연기, 음악과 춤이 합쳐진 하모니가 아닐까 한다. 세 가지 요소의 즐거움을 조화롭게 섞어 한 번에 음미 할 수 있는 것. 물론 각각의 부분적인 부분에서만의 매력 또한 매력이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도 획기적인 복합문화인데 요즘 시대에는 더욱 발전한 퓨전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뮤지컬에 판소리를 더하기도 하고 국악기와 서양악기를 가미하기도 하고, 연기와 춤뿐 만을 보여주기만 할 것만 아니라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기까지. 이러한 문화의 발전은 가만히 보고 느끼기만 하는 1차원적인 감상에서 벗어나 3차원적인 참여를 함으로서 관객들의 지적 흥미를 끌어당긴다. 뮤지컬을 즐기는 영역 또한 저연령화와 동시에 다양하게 확대되었다. 실제로 무대에 올라서는 연령 역시 다양해지고 있으며 전문교육까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포항시 송도 도시숲 야외공연장에서 이루어진 뮤지컬 ‘고래야,고래야!’는 청소년들의 참여로 성대하게 이루어진 무대이다. 이 무대의 기획자이자 작가인 정혜 단장은 '부르고 또 부르면 언젠가는 돌아와 주리라!’ 는 희망을 갖는 기적의 시간에,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 ‘고래야,고래야!’를 기획했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며 신성하다는 귀신고래는 풍요를 상징한다. 귀신고래의 정식 명칭은 한국계 회색 고래( korea gray whale) 로 100여종에 이르는 고래 중에서도 한국이라는 명사가 들어가는 최초의 종이며, 동해안에서 자주 출몰해 동해안의 번영을 가져다주었다. 그러한 귀신고래는 일본의 무분별한 포획과 생태계의 무질서한 파괴로 인해 지금은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안타깝게도 멸종에 가까운 희귀종이 되어버렸음에 마음이 짠하다. 흰색 따개비가 여기저기 붙어있는, 두껍다 못해 단단하기 그지없는 투박한 귀신고래. 그러나 귀신고래만큼 온순하고 무던한 생물은 없을 만큼 유유자적한 삶. 귀신고래의 은유적 표현은 상징성이 무한하며, 이 극에서 풍요를 가져다주는 귀신고래는 신성하게 여기고, 반가로이 맞이한다.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관광객 유치를 위한 귀신고래 축제를 기획하게 된 솔섬. 솔섬의 젊은 어부 만선과 부녀회 등의 마을사람들은 영일만에 귀신고래가 돌아와야 이 귀신고래축제가 성공한다며 바쁘게 준비 중이다. 젊은 어부 만선은 귀신고래가 돌아오면 청혼을 하겠다며 귀신고래를 꼭 데리고 오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마는데! 축제날은 다가오는데 귀신고래는 도무지 꼬리조차 비치지 않고, 그렇게 귀신고래를 염원하는 솔섬 마을사람들은 다양한 민속요로 축제를 맞이한다. ‘엿타령’ ‘만년필타령’의 소리꾼 등장으로 아이들의 환호성이 몰렸다. 무슨 일인가 보니 실제로 어여쁜 소리꾼들은 엿을 아이들의 손에 쥐어주었고, 그 맛은 달콤했으리라. 흥이 잔뜩 오른 귀신고래 축제에서의 피날레는 귀신고래의 등장이었다. 사실 소리꾼과 사회자의 귀신고래 퀴즈 등으로 귀신고래 등장을 까맣게 잊고 있던 관객들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귀엽고 예쁘고 참한’ 꼬마 귀신고래들의 등장으로 관객들은 어이없음과 그 재치에 기분좋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실물을 볼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귀신고래의 상징처럼 귀신고래축제에 나타난 귀신고래들은 현재를 이끌어 미래로 데려가줄 우리 솔섬의 아이들 이었던 것이다.

‘귀엽고 예쁘고 참한’ 귀신고래 아이들의 등장으로 뻔 할 듯 했던 동화가 뿌듯하게 차올랐다. 다함께 손에 손잡고 월월이청청, 옹해야를 함께 외치는 대막에, 눈물이라는 파도가 차올랐던 것은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전통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서양적인 미를 가미한 노래들이 흥미로웠다. 절로 어깨춤을 추게 하는 흥은 분명 우리 민족의 고유의 것이며, 그 고유의 맛은 세대를 넘어 우리 아이들에게도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극이 끝나고 극에 올랐던 배우들과 아이들의 열렬한 인사를 보고 있노라니, 벅찬 감동이 물씬 밀려온다. 마음속에 거대한 귀신고래 한 마리가 유영하고 있는 듯한 감각이라고 할까. 관객 분들이 쳐주시는 박수가 정말 짜릿해요! 라는 별이의 소감이 이해 될 만큼, 관객의 입장에서도 이렇듯 감격스럽다. 이런 기분에 공연을 하는 것일까? 무대 위의 배우들이 흘린 땀방울들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찬란하게 눈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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