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신뢰하고 믿었던 것들이 어느날 갑자기 배신을 때렸을 때, 여러분들은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을 가지세요?

이 질문을 들었을 때, 저도 마찬가지겠지만 거의 대부분 충격으로 횡설수설 할 겁니다.

더군다나 사람이었을 경우는 한참동안 그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됩니다.

저걸 으짜누...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배신이나 이별을 통보했을 때는 그야말로 제정신이 아니지요.

머리 위 꼼타를 리셋해도 그 흔적은 잔흔처럼, 물귀신처럼 떨어지지도 않고 시도 때도 없이 과거로부터, 추억으로부터 공격을 당합니다.

그걸 으째으째 극복하면 갑자기 아주 성숙해 보이기도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은 그렇게 아파하고 뭔가를 그리워하면서 평생을 살게 됩니다.

사람들마다 감춰두고 절대 꺼내지 않는 비밀들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살아가면서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고춧가루 양념처럼 그것들이 버무려지지요.

그래서 인생은 아름답다, 영화같다고 들 하는 건가요... 아이고...쩝.

요사이 믿었던 것에 아주 철저히 배신 당하고 시궁창에 내동댕이 처진 기분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를 지켜내고 이끌어 가야 하는 사람들이 이것밖에 안되냐고... 우리가 사는 이웃 옆집 술고래 아저씨도 저 정도보단 낫게다 싶어집니다.

이제 라디오가 없어도 휴대폰으로 아주 고음질의 음악들을 들을 수가 있습니다.

어플 케이비에스 '콩' 을 깔고 들으시면 됩니다. 지금 저도 듣고 있거든요.

막스 부르흐의 바이올린 소리가 처연하게 꾸무리함과 함께 듣고 있습니다.


사랑하면 보인다, 다 보인다
가을 들어 쑥부쟁이 꽃과 처음 인사했을 때
드문드문 보이던 보랏빛 꽃들이
가을 내내 반가운 눈길 맞추다 보니
은현리 들길 산길에도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이름 몰랐을 때 보이지도 않던 쑥부쟁이 꽃이
발길 옮길 때마다 눈 속으로 찾아와 인사를 한다
이름 알면 보이고 이름 부르다 보면 사랑하느니
사랑하는 눈길 감추지 않고 바라보면, 모든 꽃송이
꽃잎 낱낱이 셀 수 있을 것처럼 뜨겁게 선명해진다
어디에 꼭꼭 숨어 피어 있어도 너를 찾아가지 못하랴
사랑하면 보인다. 숨어 있어도 보인다

정일근님의 시 「쑥부쟁이 사랑」

이런 꾸무리 한날은 거저 찐한 커피 한잔과 음악이 최고입니다.

꾸무리한 날씨와 함께 행복해지세요.
저작권자 © 영남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