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는 우리나라 이곳저곳에 수없이 자라나고 있고, 애국가에도 서울 남산의 소나무를 노래하고 있으니 이들을 우리나라의 ‘국수(國樹)’로 불러도 이상할 것은 없을 것 같다.

지금 필자의 사무실이 있는 캠퍼스 주변을 둘러보아도, 좀 멀리 떨어진 구릉에도, 매일 운전해 나가는 바닷가 길가에도 주로 보이는 것은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들이다.

그 푸른 솔잎은 송편이나 쑥개떡 등을 증기로 찔 때 찜통 안 사이사이에 넣어 함께 찌기에 솔잎을 발라내며 송편 등을 먹던 기억이 난다. 손발에 동상이 걸리면 솔잎을 끓여 녹색 우러난 물을 좀 식힌 후 담가 치료하던 생각도 난다.

소나무는 대개 대형으로 자라나며 가지와 잎이 풍성한데, 분재같이 멋지게 꾸부러져 자라는 것들도 있고, 전나무 같이 높게 뻗어난 것들도 있다. 자세히 본다면 솔잎이 좀 더 얇거나 두꺼운 것도 있고, 솔방울이 크거나 작은 종류들도 있다.

포항의 도심 인근 송도해변에는 방풍림으로 심어진 90년 이상 된 해송단지가 넓게 남아있어 지역을 크게 알리고 있다. 아파트 주변에서는 이식된 큰 키 적송들이 발견되며, 해변도로에는 가로수로 심어진 어린 해송들이 많다.

소나무의 학명은 Pinus Densiflora(파이너스 덴시플로라)이다. 잎은 바늘모양으로 짧은 가지 끝에 2개씩 뭉쳐나며, 나무껍질은 적갈색 내지 흑갈색이나 개체에 따라 차이가 있다.

꽃은 암수한그루로 5월에 피는데, 꽃가루는 노랗고 공기주머니를 가지고 있어 멀리까지 전파되며, 다음 해 가을에 솔방울이 익어 벌어지면서 씨가 땅으로 떨어진다.

소나무속은 잣나무·누운잣나무·섬잣나무·백송이 속하는 단유관아속(單維管亞屬)과 소나무·해송이 속하는 쌍유관아속(雙維管亞屬)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소나무는 일사량이 충분해야 잘 자라나 건조하거나 지력이 낮은 곳에서 견디는 힘이 강하다.

우리나라에서 소나무 목재처럼 오랜 세월을 통해서 다양하고도 폭넓게 이용된 나무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소나무의 변재(邊材)는 담황색이고 심재(心材)는 적갈색을 띠며, 나이테가 뚜렷하고, 두께는 생산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경북 북부와 강원 태백산맥에서 나는 소나무는 특히 재질이 우량해 춘양목(春陽木)이라 불리며 귀중재로 취급돼 왔는데, 몸통이 굵으면서도 나이테의 너비가 좁고 고르며, 결이 곱고 광택이 있어 이용가치가 높았다.

목재는 기둥·서까래·대들보·창틀·문짝 등에 쓰이는 건축재, 옷장·뒤주·찬장·책장·병풍틀 등의 가구재, 소반·주걱·목기·제상·떡판 등의 식생활용구, 지게·절구·절구공이·쟁기·풍구·가래·멍에·물레·사다리 등의 농기구재, 관재(棺材)·장구(葬具) 등 그 용도가 다양하고, 또한 조선용(造船用) 목재로 해안가의 큰 키 소나무들이 중요시 돼 왔다고 한다.

하지만 요즈음 우리나라의 대규모의 궁궐 복원공사나 전통한옥 건축시 알맞은 크기의 소나무 목재를 구하지 못해 대개 수입재를 쓰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경주에 건설된 대형 목조 건축물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대개 수입산 목재인 ‘더글라스 퍼’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엄밀히 소나무가 아닌 전나무이다.

또한 소나무는 구황식물이었다. 한 세기 전만 해도 춘궁기에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데, 풀뿌리의 대표는 칡이고 나무껍질의 대표는 소나무였다.

배고픔을 참을 수 없으면 사람들은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 먹었는데, 이 속껍질은 섬유질이 대부분이고 영양학적으로는 별로였지만 배고픔을 잊게 해주었다. 소나무 꽃가루인 송화가루로 떡을 해 먹었는데, 요즈음 여기에 ‘콜린’이라는 성분이 크게 포함돼 있어 혈액순환 및 간기능 개선에 도움이 됨이 밝혀지기도 했다.

오늘날 소나무가 우리 산의 가장 흔한 나무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끝없는 외적의 침입, 산불 등으로 산림이 타버리면 가장 먼저 자리 잡게 되는 게 소나무였다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는데, 소나무는 햇빛만 풍족하면 척박한 땅이거나 건조하거나 별로 개의치 않으며 돌무더기나 바위틈에서도 자람을 이어가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근래 몇십 년 사이에 소나무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1960년대만 해도 소나무는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60%를 차지할 정도였으나 현재는 그 수가 절반으로 뚝 떨어져 전체 산림의 약 23% 수준으로 줄었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끊임없이 소나무를 괴롭히는 해충 때문이다. 솔잎혹파리, 송충이, 그리고 재선충이다. 재선충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돼 그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 현재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재선충으로 소나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는 소나무 재선충은 매년 수십만 그루의 소나무를 죽이고 있다. 현재까진 치료할 방법도 없으니 이대로 가다가는 소나무가 완전히 멸종될지도 몰라 걱정이다.

유실수도 아니고 느리게 자라 목재로서의 상업적 가치가 적음으로 소나무 무용론을 펼치는 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나무는 우리 한반도 이곳저곳에 자라나서 푸르름으로 우리 강토를 꾸며주고, 우리의 기개를 높여주고, 목재와 땔감이 되어주고, 산악생태계를 지켜주던 고마운 나무다.

아무쪼록 해충으로부터 기후변화로부터 소나무를 잘 지켜내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소나무에 대해 좀 더 알아감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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