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소음도 기준(50㏈)은 권고에 불과, 경남교육청 의무기준(55㏈) 적용으로 경쟁 유도…경북 공급가 대비 40% 수준 공급...경북교육청 공기청정기 계약 대당 3만8972원...경남교육청 공기청정기 계약 대당 1만6500원

경북교육청 공기청정기 입찰 담합 의혹이 갈수록 파장이 커지고 있다. 본지 취재결과 경북교육청의 공기청정기 낙찰 가격은 부산교육청과 경남교육청 등 타 지역 교육청에 비해 턱없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 입찰 담합 방조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경북교육청의 계약단가는 대당 3만8천972원에 달한반면 경남교육청의 계약단가는 1만6500원에 불과하다. 경남교육청에 비해 2배는 족히 넘는 대당 2만2천472원이나 비싸다.

이 차액을 경북 도내 공급수량(3만1천322대)과 계약기간(방학기간 제외, 30개월)을 대입해 금액으로 환산하면 211억원이 낭비가 된 셈이다.

경북교육청과 달리 타 지역 교육청은 공기청정기 공급업체 부족 문제를 미리 인지하고 적절한 대응을 통해 담합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공기청정기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해 “지난해 실시한 사전 시장 조사 결과 다수의 업체가 있었고, 무리 없이 입찰을 진행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라 판단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타 지역 교육청은 같은 시기 소음도 50dB 이하의 공기청정기를 납품할 수 있는 제조사가 사실상 1~2군데에 불과해 정상적인 입찰 및 납품이 이뤄질 수 없음을 예측했다.

이에 대응해 공기청정기 규격 내 소음도 기준을 50dB 이하가 아닌 기존 55dB 이하로 설정한 입찰 제안서를 공시해 여러 군데 공급사들이 입찰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8월 12일자로 공지한 ‘학교 공기정화장치 설치 및 유지관리 업무안내서 5차 개정’ 내용에 의한 ‘소음도 기준 완화’ 공시에서도 이 같은 사실은 확인되고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소음도는 KS 및 단체표준 인증기준을 참조하되, 교실 내 설치 시 소음증가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최대 발생소음이 55dB 이하인 제품을 설치해야 함”이라고 규정했다.

또 별도 참조 표시를 통해 “교실 내 설치 시 발생소음이 증가하는 경향을 고려해 제품 시방서(제안요청서)에는 최대 발생소음이 50dB 이하인 제품 선정 필요(단계적 강화 예정)”라고 권고했다.

경북교육청이 그동안 ‘50dB 이하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로 공급 단가 인상과 담합 의혹 발생을 가져왔지만 실제 교육부의 이 같은 소음도 기준 강화는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인 것이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작년 11월 사업 계획을 수립할 당시 시장조사 결과 50dB 이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극히 적었다”며 “당시 교육부 지침 상 의무기준도 50dB이 아닌 55dB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청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가격 경쟁이나 제품 강화 측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에 55dB을 기준으로 삼고, 소음도 성능에 따라 평가 점수에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같이 소음도 기준치를 지난번 공급(2019년)과 동일하게 설정함으로 인해 경남교육청은 업체들 간 가격경쟁을 유도했고, 그 결과 투찰률 33% 수준(대당 월 1만6천500원)에서 납품계약이 이뤄질 수 있었다.

이와 반면 경북교육청은 2.3배나 높은 평균 3만8천972원에 계약이 이뤄져 경남보다 대당 2만2천472원이 비싸다.

부산교육청의 경우도 경북과 같은 시기인 2월 초 50dB을 기준 규격으로 설정해 입찰을 진행했으나 진행 과정에서 참여 업체 수가 매우 적어 계약 자체를 변경했다.

부산교육청은 업계 의견 청취를 실시해 정확한 시장 상황을 파악하게 됐고, 신규 공급이 아닌 기존 계약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부산교육청의 이 같은 조치는 코로나로 인해 1년 가까이 공기청정기 사용을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2월 초 50dB을 기준 규격으로 입찰을 진행한 결과 참여업체가 너무 적어 유찰되는 경우가 발생했고, 업계 의견을 청취한 결과 사실상 한 개 제조사만이 그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입찰 계획을 철회하고 다수 공급 업체들이 성능 기준에 맞는 제품 개발을 마칠 때까지 기존 계약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부산교육청의 조치는 공기청정기 제조사들이 강화된 소음 기준을 모두 맞출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어 특정 업체의 특혜가 아닌 다수의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한 것이다.

또 코로나로 인해 사용하지 않아 새 것과 다름없는 공기청정기가 폐기물로 버려지는 상황 또한 유예할 수 있어 환경적 측면에서도 좋은 사례라 볼 수 있다.

참교육학부모회 경주지회 신성호 지회장은 “이번 공기청정기 담합 의혹은 사실상 법적 판결이 나지 않아 의혹이란 표현을 쓸 뿐 상식적으로 담합이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타 지역의 사례를 비춰 봤을 때 경북교육청이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일임에도, 방만한 예산 운영으로 수백억원의 예산 낭비를 초래한 것”이라 지적하며 “현 임종식 교육감은 이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낭비된 예산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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