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텍 차형준 교수 ⓒ포스텍
▲ 포스텍 차형준 교수 ⓒ포스텍

포스텍 화학공학과의 차형준 석좌교수가 최근 제9대 한국해양바이오학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차 교수는 1999년 포스텍에 부임한 이래 줄곧 해양바이오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해오며 ‘한국공학상’과 ‘올해의 발명왕’을 수상하기도 하는 등, 무수히 많은 업적을 쌓아온 학자다.

특히 홍합접착단백질 소재의 양산 기술을 개발에 성공한 것은 기존 봉합사에 의존해오던 신체 접합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줄 혁신적인 신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본지는 25일 차형준 교수 연구실을 찾아 그간의 여정과 실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학회장 취임을 축하한다. 어떤 분야를 다루는 학회인가.
A. 이름 그대로 해양생명공학 전분야의 학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05년에 설립된 학회다. 해양수산부 인증 학회로서 해양바이오 분야에서는 국내 대표 학회라 할 수 있다.

Q. 화학공학 전공자가 ‘해양바이오’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나?
A. 화학공학은 그 분야가 매우 넓다.

학부시절 화학공학 전공자들은 석유화학분야나 그 이전에는 비료화학 분야에 많이 진출했는데, 나는 대학원 과정에서 바이오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인체의 대사과정도 하나의 화학공학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는데, 세포가 양분을 분해·흡수하고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과정이 모두 화학반응 과정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바이오 분야는 화학공학의 주요 연구분야다.

그 중에서 ‘해양바이오’ 분야에 집중하게 된 것은 포스텍에 부임하면서 부터인데, 포스텍이 유일하게 바다에 인접한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점이 필연적으로 해양 자원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바다’를 들여다보니 인체와 바다가 참으로 닮은 점이 많더라.

인체 역시 대부분 물로 이뤄져 있어 체내 환경은 바다 수중환경과 매우 흡사하다 할 수 있기에 해양 환경의 자연 섭리가 인체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Q. 대표적인 업적이 ‘홍합접착단백질’ 소재 개발 연구다. 어떻게 개발하게 됐나.
A. 포스텍 부임 후 우연히 자연모사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 중 눈길을 끈 것이 홍합접착물이 단백질로 이뤄져있다는 연구결과였다.

하지만 홍합접착물 단백질 1g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홍합 1만 마리가 필요할 만큼 양산이 어려웠기에 기초연구가 실용화 단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홍합접착물 단백질이 양산된다면 다른 화학물질과 달리 독성이 없어 인체에 적용이 가능한 치료물질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했기에 더욱 욕심이 났다.

그때부터 홍합접착물 단백질의 양산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2001년에 시작한 연구가 2007년에야 양산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게 됐다.

▲ 포스텍 차형준 세아석좌교수가 개발한 제품 사진 ⓒ포스텍
▲ 포스텍 차형준 세아석좌교수가 개발한 제품 사진 ⓒ포스텍

Q. 기술 개발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없었나.
A. 물론 쉽지는 않았다. 여담이지만 당시 매일 죽도시장에서 홍합을 사오며 고생했던 대학원생은 교수가 된 지금도 홍합을 먹지 않는다.

기존 연구들은 홍합에서 접착물 단백질을 직접 추출하는 방법을 쓰고 있었다.

우리 역시 같은 방법으로 시도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는데, 생각을 전환해 자연을 그대로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개량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다시 말해 단백질 소재를 재설계하는 것인데, 홍합접착물의 유전정보를 다른 미생물에 투입해 배양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해 양산에 성공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연구를 지지해준 포스텍과 믿고 따라와 준 학생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성과는 없었을 것이다.

Q. 실용화는 얼마나 진행되고 있나.
A. 현재는 양산기술을 통해 개발된 파우더 형태의 접착 단백질을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형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골절 부위의 접합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절개부위나 상처에 사용할 수 있는 피부 접착제를 개발한 상태다.

이 중 피부 접착제는 외피는 물론 내장에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사용 시 상처를 남기지 않을 수 있다.

또 봉합사로 처치하기 힘든 신체 내부의 절개·손상 부위에 간단히 주입하는 것만으로 봉합사보다 더 나은 봉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발된 상품은 2015년 설립한 벤처기업인 ㈜네이처글루텍을 통해 상품화하고 판매할 계획이다.

특히 피부 접착제(Fix-LIGHT)의 경우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아 올해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연구결과물의 실용화가 최우선 목표다.

해양바이오 분야의 많은 연구 성과들이 있지만 실용화까지 이어진 케이스는 매우 적다.

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실용화를 통해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개발된 제품은 의료기기에 해당되는데, 최근에는 홍합접착물을 활용한 치료물질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진행중이다.

약물이 신체 내 필요한 곳에 적절히 도달토록 하는 것을 두고 ‘타켓티드 테라피(targeted-therapy)’라고 하는데, 접착단백질을 활용해 환부에 치료제가 접착되도록 돕는다면 약물의 과잉투입을 막고 국소치료만으로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차 교수와의 인터뷰 내내 공학자로서 인류에 기여하고자 하는 사명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바다를 통해 인체 회복의 실마리를 찾은 학자의 오랜 노력이 결국 결실을 맺어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혁신기술로 이어졌다.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기술 개발을 향해가는 포스텍과 차 교수의 행보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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