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대만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일어났던 진도 5.4의 지진은 정부가 지원한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것이라는 정부조사결과가 발표된 이후 피해 배보상을 받기위한 두 가지 대응이 등장했다.

첫째는 민사소송을 통해 지진피해에 대한 배보상을 받으려는 움직임이다.

정부와 지열발전을 추진한 민간기업과 이와 관련된 기관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의 변호사들이 소송을 대행하기 위해 대거 포항에 내려왔다는 소문이 있는가 하면 소송수수료 또한 천차만별인 모양이다.

전례가 없는 소송인지라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고 실질적으로 배보상 능력은 정부밖에 없는데, 정부의 책임이 어느 정도나 인정될 지 알 수가 없다. 피해입증을 위한 비용지출 등을 감안하면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둘째는 특별법을 통해 피해 배보상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다. 정부가 촉발한 지진이라고는 하지만 판결 없이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피해보상을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특별법을 만들어 피해주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상가, 공장, 사찰, 교회, 사립유치원 등은 지진피해로 수천만원씩의 손해를 입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푼의 보상도 받지못하고 있다.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지진이라는 정부의 발표로 이들 피해자들은 특히 억울해 하고 있다. 원인을 제공한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소송결과를 기다리자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서 특별법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피해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이 하루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특별법에는 피해주민에 대한 배보상, 원인조사와 책임규명이 핵심적인 내용으로 담겨야 한다. 이는 정부와 여야 사이에 이견이 없다.

소송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법률가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소송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소송을 권유하는 변호사들이 많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특별법 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진원인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3개월이 훌쩍 넘어가고 있지만 특별법제정은 아직 한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국회마저 두달 이상 파행을 겪어 특별법은 여야의 논의 테이블에 조차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피해주민들은 실효성이 의심되는 소송에 대거 몰려가고 있다. 특별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사이에 범시민적인 특별법 제정 촉구 움직임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50개가 넘는 지역 사회단체가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특별법제정촉구에 나섰다. 포항시내에서 수만명이 모여 특별법제정 촉구 집회를 벌이는가 하면 산자부 앞에서는 사과를 요구하였고 국회 앞에서도 1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해 집회와 시위를 벌였다.

이처럼 많은 시민들이 원하고 당연해 보이는 특별법제정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지열발전소를 유치하고 시추를 인허가함으로써 관리감독의 책임을 가졌던 포항시가 스스로의 책임은 전혀 인정하지 아니하고 일방적으로 정부의 책임을 앞장서 묻고 있는 모습에 대해 정부관계자는 어처구니없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제안된 특별법 내용에도 피해자와 피해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시책을 세우고 시행해야 할 주체가 지자체와 정부라고 못박고 있다. 다시 말해 포항시는 정부를 향해 대책을 세우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할 위치에 있지 않다.

정부와 함께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위치에 있다. 더구나 포항시도 촉발지진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포항시도 책임을 인정하고 포항시가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면서 정부의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지진피해 배보상과 복구를 위해 포항시는 무엇을 얼마나 부담하려고 하는지 묻고 싶다.

둘째, 포항지진특별법이 이미 정쟁의 소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정치 속에 있는 여당과 야당이 정치적인 유불리를 계산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비현실적이지만 2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아직 임시이주를 하고 있고 돌아갈 집이 없는 상태이다.

이것이 모두 정부가 지원한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지진때문이라면 여야모두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기에 앞서 시급히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여야는 조건 없이 포항지진특별법 논의를 우선 시작해야 한다.

셋째, 피해배보상과 책임규명을 우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포항시가 직접적인 피해자 구제를 앞세우지 않고 이번 기회를 지진과 별 상관도 없는 온갖 종류의 대규모 지역개발사업을 정부에 요구하는 기회로 이용하고 있는 모습은 의도와는 달리 특별법제정을 더욱 더디게 하고 있다.

포항지진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도 아직 힘겨운 임시이주를 하고 있거나 단 한푼의 보상도 받지 못한 주민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그 어떤 일보다 시급하다.

이를 위해 포항시도 정부의 책임을 요구하기에 앞서 스스로 피해구제를 위한 부담과 책임을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 여야는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계산을 멈추고 조건없이 법제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지진과 무관한 온갖 지역개발사업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은 국민적인 지지와 공감을 얻을수 없다.

직접적인 피해배보상을 우선하고 강조해야 한다. 특별법을 촉구하는 국민청원과 집회에 포항시가 지나치게 나서지 말고 피해자와 범시민대책위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미 특별법제정을 위한 국민적인 동력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점을 포항시와 법대위가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영남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