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과거틀에 박히고, 골프장만 바라보는 경북관광공사
보문관광단지 혁신적 변화
과거 관광정책 답습은 관광도시 경주의 쇠락 ‘부채질’
변화하는 트렌드에 걸맞는 새로운 정책 개발 시급

ⓒ김창숙 기자

제주도와 함께 국내 관광을 주도했던 경주 관광이 외면당하고 있지만 경주시와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속수무책이다.

국내 관광의 자랑이었던 보문관광단지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가운데 경주시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관광정책을 되풀이 하고 있다.

여수가 낭만포차 하나로만 연간 5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면서 연간 관광객 1300만 시대를 여는 동안 경주관광은 보문관광단지와 수학여행 관광에만 의존하는 안일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경주시내에 있는 황리단길이 부각되면서 20대와 30대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그나마 경주관광의 체면을 살리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경주시의 행정은 뒷북일색이다.

경북문화광광공사가 이철우 도지사 취임이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부동산 개발과 골프장에 의존하면서 획기적인 관광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주시의 관광패턴이 과거 수학여행과 40~50대 중심에서 현재는 20~30대 중심의 개별관광으로 재편되면서 경주시가 수십년 밀어온 케케묵은 관광정책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매서운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관광업계 또한 “기존 관광자원에 의존해 수학여행 등 단체관광에 기대던 구태의연한 관광 정책으로는 ‘천년고도 경주시’를 향하는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은 곧 끊어질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내놓고 있다.

본지가 KB부동산 리브온과 한국감정원 상권동향을 분석한 결과 경주시의 관광패턴은 보문단지와 불국사 중심에서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경주 도심권 관광으로 이동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문관광단지와 불국사를 찾는 관광객은 지난 7월 휴가철을 맞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황리단길 등 도심지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황리단길은 지난 7월 기준으로 토요일 11만9017명과 일요일 11만515명 등 주말에 22만9532명이 몰린 반면 보문단지는 주말 2만3486명이 찾아와 황리단길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불국사도 관광객 이용 현황이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로 주간 기준 3만4417명이 이용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도 주말에만 편중됐다.

연령대별 편중도를 살펴봤을 때도 최근 관광을 주도하는 20~30대의 발길은 황리단길 등 경주 도심권으로 몰렸고 보문관광단지와 불국사 관광권은 30대 후반과 40대와 50대가 중심이 됐다.

이 같은 결과는 기존 관광자원에 의존하는 경주시의 관광정책이 최근 관광을 주도하지 못하고 향후 관광시장을 선도할 20~30대의 관광트렌드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경주시 관광정책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단체관광을 주도하던 일선학교들의 수학여행이 경주를 찾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경주시가 그간 내세운 천년유적지들에 대한 매력도 덩달아 감소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또 보문단지 관광사업의 주체인 경북문화관광공사 또한 보문관광단지 활성화를 위한 사업보다 골프장과 부동산 사업에 치우치고 있는 점 또한 보문관광단지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의 개발사업 현황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공사는 보문단지의 신규 사업개발보다는 인근 감포해양관광단지 조성에 향후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마저도 골프장을 중점으로 보문단지의 쇠락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전남 여수시의 경우 여수종포해양공원에 자리한 ‘낭만포차’가 대표적인 관광코스로 떠올라 지난해 기준 1300만여명 여수 관광객들의 선호도 1위인 필수 방문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여수시는 최근 관광트렌드를 분석하고 관광객들의 구미를 자극할 수 있는 여수시의 명물을 만들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으로 일반 포장마차에 불과한 ‘낭만포차’를 홍보했고 그 결과 낭만포차는 1년만인 지난 2017년 점포당 매출 1억여원을 훌쩍 넘겼다.

또 인기가수 ‘버스커버스커’의 히트곡 ‘여수밤바다’ 영향과 지상파 TV 노출 등에 힘입어 여수의 ‘핫 플레이스’로 등극한 낭만포차는 여수밤바다·낭만버스킹·이색적인 시티투어 등과 함께 여수시 관광수익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경주 황리단길이 최근 경주관광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것도 그나마 요즘 20~30대의 관광트렌드에 들어맞았기 때문에 발길이 그쪽으로 몰리며 덩달아 도심상권이 살아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아직도 경주시 관광안내 책자에서도 문화유적 외에 경주시가 내세울 먹거리와 즐길거리 등 관광객의 구미를 당길 수 있는 관광자원이 거의 없어 경주시 관광정책 자체가 수십년 동안 한 자리에 머물러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경주는 과거 학생들의 수학여행으로 재미를 봤을 뿐, 이마저도 해외로 쏠리면서 불국사 등지의 숙박업소에 불이 꺼진 지 오래다”며 “가족단위 소규모 개별여행이 인기를 끄는 시기에 이 트렌드를 맞추지 못하면 경주는 곧 쇠락하는 관광도시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주춤거리는 관광업계이지만 인기 있는 개별여행 코스는 여전히 관광객들이 넘쳐난다”며 “경주도 이 트랜드에 맞춰 새로운 관광상품 개발 또는 기존 관광자원을 연계하지만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상품 개발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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