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강소기업 성장위원회 요식행위·통과의례 논란
강소기업 선정 포항TP 1~3단계, 강소성장위는 4단계만
포항TP에서 결정하고 강소성장위에서 추인하는 과정만

ⓒ윤주희 기자

포항시와 포항테크노파크가 강소기업에 부합하지 않는 부적격자를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본지 9월 22일자 3면 보도) 강소기업 선정 과정과 절차도 부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포항시 강소기업 선정은 사실상 포항테크노파크에서 결정하고 포항시 강소기업 성장위원회에서 추진하는 형식이다. 이 과정에서 졸속 심의와 부실 검증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신청자격이 없는 슈가버블과 사고기업인 볼텍코리아 등 부적격 기업을 강소기업으로 선정해 보조금까지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 같은 부실 심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취재결과 심의과정과 절차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강소기업 선정 절차를 보면 ▲요건심사 ▲발표평가 ▲현장확인 ▲종합평가 등 4단계 거치도록 구성돼있는데 이 중 마지막 단계만 포항시가 공식적으로 위촉한 성장위원회에서 평가한다는 점이다.

1~3단계는 사업을 위탁받은 포항테크노파크에서 평가하고, 최종평가인 4단계만 성장위를 통해 심의 결정한다. 성장위는 테크노파크를 통해 3단계까지 통과된 기업의 정보만 갖고 평가를 하는 셈이다.

강소기업의 적합하지 않다는 논란이 된 기업 슈가버블과 볼텍코리아는 재무제표 주석에 명기한 지배구조와 감사인의 의견에 부적격 사항이 기록돼 있다. 이는 1~3단계를 심사하는 포항테크노파크에서 걸러내야 했지만 부실 심의를 한 것이다.

슈가버블의 경우 2019년 12월 31일 기준 해마로푸드서비스㈜가 발행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있어 종속기업이 된다. 중소기업기본법상 중견기업인 것이다. 강소기업은 중소기업만 해당되기 때문에 슈가버블은 자격이 되지 않는다.

볼텍코리아는 2018년 화재사고로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유족과 합의가 되지 못하고 수억원의 소송도 제기됐다. 형사적으로도 대표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등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했다.

이 같은 실태는 기업 재무제표를 제대로 확인했으면 충분이 알 수 있는 사항이다. 포항시의 강소기업 선정은 9명으로 구성한 ‘강소기업 성장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지만, 포항테크노파크에서 심사한 평점과 순위를 놓고 심사해 결정한다.

성장위원회에서는 포항테크노파크가 심의한 결과를 뒤바꾸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성장위 심의에서도 포항테크노파크가 결정한 대상 기업 가운데 탈락자 없이 전부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테크노파크는 자체적으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1~3단계를 평가하고 있다. 4단계만 성장위원회에서 평가한다는 점에서 요식행위와 통과의례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취재진은 과거 강소기업 성장위원회에 참여했던 다수의 성장위원들에게 질의한 결과 성장위는 최종 단계에서만 관여할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1단계 요건심사는 포항시 강소기업 신청자격 요건이 충족한지에 대한 여부와 재무건전성을 심사한다. 쉽게 면접을 보기 전 서류심사의 단계로 대부분의 기업이 여기서 걸러진다.

2단계 발표평가는 요건심사를 통과한 기업의 CEO(또는 총괄책임자)가 직접 참석해 질의응답을 한다. 신청 기업의 시장 확대 전략과 기술 확보 전략, CEO 리더십 등을 평가위원들이 정량적, 정성적으로 평가한다.

3단계는 현장확인은 발표평가를 통과한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신청서 및 발표평가 내용의 사실여부를 확인한다. 평가위원들은 현장을 직접 찾아가 기업의 성실성과 도덕성을 함께 검증한다.

문제는 이처럼 중요한 단계를 포항시에서 공식적으로 위촉한 성장위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포항테크노파크에서 위촉한 평가위에서 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단계에서 특혜 또는 유착 의혹 등 뒷말도 무성하다.

성장위는 평가위에서 3단계를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걸러진 기업들만 상대로 종합평가를 통해 선정한다. 일부 성장위원들은 ‘말은 종합평가지만 거의 3단계를 거쳐 내정이된 상태’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띄우기도 했다.

성장위에서 최종 선정하는 종합평가 단계에서는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는다. 다만 성장위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포항테크노파크 관계자가 답변한다. 기업 선정에 대한 주도권이 포항테크노파크에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성장위원 A씨는 “테크노파크에서 위촉한 평가위원회를 통해 평가된 결과들이 성장위로 온다”며 “이미 평가를 통해 점수가 나와 있는데 성장위에서 이를 크게 뒤집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성장위원 B씨는 “선정을 하게 되는 하루 전날 기업에 대한 정보와 점수를 받게 된다”며 “사실상 성장위에서 강소기업을 두고 심도 있는 선정을 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포항테크노파크 관계자는 “기업지원에 대한 부분을 포항시에서 위탁받아 수행하다보니 전문성 있는 위원들이 많다”며 “인력풀을 갖고 5명 정도를 위촉해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평가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시에서 위촉한 강소기업 성장위원회는 지역의 산학연 기관의 전문가 7명과 포항시의회 시의원 1명을 위촉직으로 하고 포항시 공무원 1명을 당연직으로 해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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