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포항지역대학, 연구기관 R&D 연구비를 진단한다③
자격 없는 중견기업 슈가버블 우수강소기업 선정
볼텍코리아 사고기업 경주 사실상 본사 포항 무뉘만 본사
포항시와 포항테크노파크 “법적 하자 있는지 검토하겠다”

ⓒ김창숙 기자

①연구 성과 불구 퍼주기 연구비 논란…선택과 집중 필요
②지원 실효성 논란…예산낭비 우려
③포항시, 포항테크노파크 강소기업 선정 논란
④대학 연구비 지원 실효성 얼마나 되나
⑤포항가속기연구소, 막스플랑크, 나노융합기술원 지역 파급 있나


포항시와 포항테크노파크가 부적격자를 강소기업을 선정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포항시는 중견기업에 해당하는 슈가버블과 자격이 의심되는 볼텍코리아 등 기업을 강소기업으로 그것도 우수강소기업으로 선정해 보조금까지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슈가버블의 경우 중견기업으로서 중소기업이 아님으로 강소기업 대상에서 제외돼 있으며 볼텍코리아는 사실상 경주가 본사다. 강소기업 선정당시 사망사고 등 중대 안전사고가 발생해 포항으로 본사를 옮겨왔는데 무늬만 포항 본사다.

스트라드비전의 경우도 경영상태가 매우 열악하지만 강소기업에 선정됐다. 포항시는 이 같은 하자가 있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을 강소기업으로 선정했다.

포항시는 해마다 우수 유망강소기업과 유망강소기업과 선정해 각각 2년, 3년간 지원하고 있는데 일부 선정된 기업이 이처럼 자격을 갖추지 못한 기업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사실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망강소기업으로 선정될 경우 3년간 최대 8천만원의 맞춤형 지원은 물론 판로 확대 지원과 융자 6억원, 이차 보전 3%, 지방세 세무조사 유예 등의 연계 지원도 받을 수 있어 중소기업들이 앞 다퉈 지원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유망강소기업으로 선정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많다”며 “만일 부적격자가 선정된 경우에는 특혜 시비는 물론 민관 유착 의혹도 제기돼야 함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슈가버블, 중견기업인데도 강소기업 선정…어떻게?
슈가버블은 지난 7월 31일 포항시의 유망강소기업으로 지정됐다. 슈가버블은 청하농공단지에서 주방세제를 위주로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유아세제 등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다.

포항시에서 추진하는 유망강소기업 육성사업은 사업목적에 따라 법인 중소기업만 신청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정의는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기업으로 슈가버블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상태였다.

올해 선정된 유망강소기업은 전년 결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슈가버블은 2019년 12월 31일 기준 해마로푸드서비스㈜가 발행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있어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종속기업으로 돼있는 상황이었다.

슈가버블만 놓고 보면 지난해 매출액은 227억원7612만원으로 포항시가 제시한 강소기업 기준인 매출액 400억원 미만에 해당한다. 그러나 중소기업기본법상 관계기업이 있을 경우에는 관계기업 평균매출액 등이 중소기업 기준에 맞아야 한다.

지배기업인 해마로푸드서비스는 맘스터치, 붐바타와 같은 프랜차이즈사업과 해마로 등 식자재유통사업을 통해 매출액이 2888억에 달하는 중견기업이다. 슈가버블과 합산할 경우 전년 매출액은 3천억원을 웃돌게 된다.

슈가버블 단독으로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관련법상 중견기업에 해당하게 되는 것이다. 슈가버블은 올해 2월에서야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정현식 회장이 250억원에 인수해 개인기업으로 전환되면서 중소기업이 됐다.

하지만 포항시 유망강소기업 육성사업 공고상 올해 선정되는 유망강소기업은 전년도 자료를 바탕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지난해까지 중견기업이었던 슈가버블은 강소기업으로 선정될 수 없다.

슈가버블 관계자는 “포항테크노파크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모두 제공했고 평가한 결과를 받아들였을 뿐”이라며 “만일 해석상 차이가 있어 강소기업이 취소될 경우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볼텍코리아, 화재사고로 2명 사망…당시 대표 ‘집유 2년’
지난해 유망강소기업으로 선정된 볼텍코리아의 경우 선정되기 전부터 사고로 인해 여러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페로텅스텐을 생산하는 볼텍은 2017년까지만 해도 경주 천북산단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볼텍코리아는 2018년에 포항으로 본사를 옮겼으며, 2019년에 포항시로부터 유망강소기업으로 선정됐는데 아직까지도 실제 업무는 경주시에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사를 형식적으로 포항으로 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포항시 유망강소기업 육성사업 공고에 따르면 부실징후가 있거나 기타 강소기업 육성 취지에 부적합한 경우에는 신청제외 대상에 해당한다. 텅스텐 생산업체가 사무실만 포항에 둔 채 본사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한 측면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볼텍코리아는 유망강소기업으로 선정되기 직전년도인 2018년 화재사고로 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유족과 합의가 되지 못하고 대표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등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했다.

특히 2018년 12월에는 회사를 피고로 하는 2억5천만원의 지연손해금 청구소송이 제기됐고 화해 권고 결정에는 2억2203만원을 지급하도록 했으며, 볼텍코리아 측에서는 이를 영업 외 비용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볼텍코리아는 화재가 난 시점에 포항으로 본사를 옮겼고 검찰의 항소가 기각돼 판결이 확정된 2019년 5월 이후에 당시 대표가 사임하고 현 대표가 취임하는 등 사건·사고에 휘둘렸다.

포항시 유망강소기업이 전년도 자료를 바탕으로 평가하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전년도인 2018년에 화재 사고가 발생하고 대표가 소송을 당해 판결을 받는 등의 불안전한 상태의 기업을 유망강소기업에 선정했다는 점에서 의문을 남기고 있다.

이 외에도 올해 선정된 자율주행 기술업체인 스트라드비전 지난해 57억원874만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매출원가는 85억5478만원에 달해 매출손실만 28억4604만원에 달하는 등 기형적인 매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판매비와 관리비까지 더하면 영업손실은 102억6869만원에 이르렀고 실제 당기순손실은 105억5554만원에 달하는 등 전년도 23억3411만원의 당기순손실의 5배에 달하는 순손실을 보이기도 했다.

기업 전문가 B씨는 “포항시가 어떤 선정 기준으로 기업을 선정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라며 “전년 사업 실적에 엄청난 무리가 따르는 사례가 있음에도 유망강소기업으로 선정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시 유망강소기업은 포항시에서 공고한 뒤 포항테크노파크가 신청을 접수받고 평가위원회를 통해 요건심사와 발표평가, 현장확인, 종합평가 총 4단계를 거쳐 선정이 되면 포항시가 지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포항테크노파크 관계자는 “당시 기업에 관한 자료를 통해 4단계에 걸쳐 평가위원들이 심사를 했다”며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다시 검토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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