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한 미국인 동료와 교내에 있는 한 작은 햄버거 숍에서 오랜만에 햄버거로 점심을 먹는데 한 무리의 남녀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모두들 한번쯤 왜 저러나 쳐다는 보지만 별 말없이 자기들 일에 열중하고 있다.

나는 좀 민망해서 혼잣말로 ‘저 학생들 왜 저러나!’ 했더니 동료가 낯익은 대학원생들이라며 어려운 과목 수강 후 해방감에 저러는 게 아니냐고 한다. 나도 이들을 이해한다.

누구든 그럴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더구나 젊음 넘치는 캠퍼스안의 도서관 아닌 햄버거 숍이니까. 우리는 식사를 끝내고 나왔고 그것으로 우리들에게 이 문제는 잊혀졌다. 아주 작은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비행기 안에서라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물론 승객들도 비행기 안이라면 이렇게 크게 떠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행위가 도시 안에서 다양한 상황 하에서 벌어진다면 큰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주택가에서 늦은 시간에 비록 자기 집이라 하더라도 주변인들의 저녁시간 내지 숙면을 방해할 정도로 소음을 낸다면 당연히 경찰이나 경비원을 부를 것이다. 우리 한국에서 아파트의 경우 층간소음문제로 다양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22층 아파트의 9층에 사는 필자의 경우, 대부분의 낮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에 낮 시간은 잘 모르겠지만 간혹 저녁 9시 전후해 좀 늦은 시간에 위층에서 피아노를 치거나 진동 큰 운동기구를 이용하게 되면 짜증이 남은 당연하다.

서로 시간대를 조정해 악기며 운동기구를 사용해야 하니 이왕 돈 들여 산 기구들을 마음껏 사용 못하는 사람들도 좀 속상하거나 불편하기도 할 것이다. 서로들 주의를 하고 있으니 이로 인해 서로 다툼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소음에 대한 반응 내지 용인성이 사람들마다 그리고 사회들마다 다를 것이라는 것이다. 요즈음 드물어졌지만 몇 년 전만해도 봄철마다 언짢아하던 것들 중 하나가 ‘음식물쓰레기비료’ 냄새였다.

학교인근에도 이를 뿌려 1~2주를 교내 모든 이들이 불편해 하던 기억이 난다. 인천공항이 개항하기 전 김포공항을 가려면 봄철이면 연례적으로 인근 농업단지에 뿌린 비료냄새가 심하던 기억이 난다.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이야 거름을 주어야 하니 할 수 없는 일이라고들 하겠지만 이로 인해 관광객 포함 많은 시민들이 힘들어하고 난감해 했었다. 물론 이러한 사안들이 심각한 사회적 이슈는 되지 못한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겠으나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고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보는 이들도 많았었다.

근래 지자체 차원에서 가장 큰 사회이슈들은 소각로, 매립장 등 소위 혐오시설로 불리는 시설물들의 입지에 관한 것이다. 포항의 경우만 해도 지난 20년간 쓰레기매립지 신규개발을 위해서 또한 소각로 설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과의 동의 내지 협력부재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 시설들은 지자체에 꼭 필요한 것들일 것이나 설치를 위한 해결방안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며, 이는 포항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이슈가 돼 있다. 또한 근래 각 도시에서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각종 개발 사업들에 대한 환경심의와 주민들로부터의 민원해결이다.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들은 당연히 최소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슨 사업이든 모든 이들에게 도움만 되는 사업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업주를 포함해 대다수가 이익을 얻는다고 해도 손해를 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다소라도 받는 이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므로 이들에 대한 설득과 보상이 필연적이라고 보아진다.

착한 개인들이 모여 사회를 이룬다 해도 사회가 항상 착하게 작동되는 것은 아님이 세상사 법칙이며, 이에 따라 법이 필요한 것이다. 근대사회는 인구가 도시로 집중돼있기에 개인의 영역 내지 사유재산권을 보장함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근본이기는 하지만 질서유지 등을 위해 그 권리들을 일부 제한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물론 도시계획법령도 그러한 이유에서 생성된 것이다. 이는 도시기본계획, 교통계획, 경관계획 등 관련 계획 그리고 용도지구 등을 포함하는데 이는 체계적인 개발을 지향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계획법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보장하고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서만 사유재산권을 제한 할 수 있다. 조닝의 경우에도 신도시가 아닌 기존의 시가지에 부과되는 경우 여러 사안들이 발생 할 수 있다.

그래서 시민들이 부과된 조닝에 대한 정정 내지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청원을 할 수 있고,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이를 받아들여 특별허가나 예외를 인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적정한 과정을 거쳐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처럼 간단하지 않다. 하루에도 수많은 복잡다단한 이슈 내지 문제들이 불거지는 것이다. 개발도 지자체와 긴 협상을 통해서 이뤄지며, 그 과정에 시민들의 민원에 관련된 동의 내지 이를 위한 협상이 큰 이슈 내지 고비가 되고 있다.

필요불가결한 사업들도 시행이 이렇게 어려운데 글로벌 경쟁 하에 어떻게 각 지역과 국가를 발전시키며 살아가느냐 걱정하는 분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들은 복잡다단해진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겪어내야만 할 과정이라고 보아진다.

사소한 일이건 규모 큰 복잡한 일이든 대화·설득·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일들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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